커피의 온도, 당도, 실내 온도, 음악 크기 등 무궁무진한 카페 안 취향
개인 카페는 개인 취향의 공간이다. 프랜차이즈라면 본사에서 정해주는 레시피로 딱딱 만드니 카페 사장의 취향이 들어갈 틈이 없다. 그러나 개인 카페는 모든 것을 싹 다 카페 사장이 정한다. 포스기를 통해 포인트 적립을 할 것인지, 스탬프를 찍을 것인지. 카페의 로고, 내부 공간 배치, 음향, 실내 온도, 식물 위치 등. 정해진 것이 없으니 초짜인 나는 정말 하나하나 체크하고 살피며 구축해 나갔다.
메뉴에 있어서도 개인 취향의 차이가 크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온도라고 생각된다. 특히나 핫 아메리카노는 물 온도가 중요한데, 개인차도 크다. 향에 이끌려 한 모금 들이마셨는데 아뜨뜨 너무 뜨겁다면 얼음을 두세 알 넣어 달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매우 뜨겁게, 또 어떤 사람들은 얼음을 넣어 덜 뜨겁게를 요청한다.
얼음을 두 알 정도 넣을 때에는 잔에 얼음을 먼저 담고, 온수기에 세팅된 87도씨의 물을 230g 정도 담는다. 그리고서 물은 조금 따라낸 후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담아 완성한다. 다 만든 다음에 얼음을 넣는다면 내가 생각했던 농도보다 연해질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온도 괜찮으신가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쨍한 시원함을 전달하기 위해, 피쳐에 얼음을 계속 넣어 차가움을 유지하거나, 물이 든 피쳐를 냉장고에 넣어두는 곳이 많다. 아무리 얼음이 버티고 있다고 해도, 미지근한 정수물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으면 한국인이 원하는 아이스아메리카노의 맛이 아니다.
라떼도 스팀 밀크의 온도가 중요하다. 부드럽고 쫀쫀한 폼을 위해서는 너무 뜨겁게 스팀을 치면 안 되는데, 연세가 좀 있는 분들은 이런 라떼가 조금 미지근한가 보다. 정말 뜨겁게!! 를 요청한다. 커피 좀 안 다하는 사람들은 적절한 온도보다 또 너무 높다면 ‘이 집 커피 모르네.’라고 생각한다고 들었다. 어려워!
실내 온도도 어렵다. 지하철 내부처럼 어떤 분은 덥다, 어떤 분은 춥다. 좌석 위치에 따라서도 다르고, 주문한 메뉴에 따라서도 다른 것 같다. 또, 어떤 분은 음악 소리가 너무 크니 줄여 달라, 또 어떤 분은 노래가 너무 안 들린다. 서울교통공사 직원 분들의 고충이 이해되는 순간들.
또 하나 메뉴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단맛이다. 이 단맛이야 말로 개인차가 가장 아주 가장 크다 생각된다. 나는 초콜릿을 사 먹지 않고 과자도 짠맛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모든 음료의 당도를 적절한 정도, 에스프레소가 단맛에 가리지 않고 어우러지는 정도로 잡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단맛을 사랑했다. 바닐라라테는 단맛과 커피의 맛 둘 다 느껴져 인기가 많았지만, 이 외의 것들 그러니까 레모네이드, 미숫가루 같은 것들은 내 기준보다 훨씬 달아야 했다. 하지만 손님들이 원한다고 해서 우리의 레시피에 있는 당도를 내 머리끝까지 올릴 순 없었다. 손님들이 요구하는 단맛과 내가 원하는 단맛, 그 어느 중간에서 타협을 보았다고나 할까.
손님들의 반응, 무척 중요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가게 주인이 좋아하는 메뉴가 크게 차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다 끌려가면 안 된다. 손님들이 뭐라고 해도 내가 맛있어야 팔 수 있다. 자신감 없이 쪼그라든 마음으로 슬며시 음료를 건네어서는 안 된다.
“여기 레모네이드 달아요? 시어요?”
“아, 제가 단맛을 크게 좋아하지는 않아서 쨍하게 단맛은 아니지만, 히비스커스 티, 착즙 한 레몬의 맛들이 다 느껴지는 정도의 단맛으로 준비했습니다. 원하시면 조금 더 달게 해 드릴까요?”
“아니에요. 사장님 만드신 대로 마셔볼게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카페란 곳이 개인의 취향과 맞아야 계속 갈 수 있는 곳인데, 또 내 고집대로만 팔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몇 십 년 카페를 운영한 장인이나 챔피언도 아닌데 말이다. 아주 직접적으로 맛이 어떠냐 묻지는 못하지만, 서빙 후에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손님 표정으로 만족도를 느끼던 그런 사장이었다. 괜히 맛에 대해 여쭈어보았다가 몇몇 손님들의 의견에 휩쓸리고 싶지도 않기도 했고. 그래서 일단 우리의 기준대로 서빙한 후, 손님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해주는 게 베스트라 본다.
"그럼 한번 드셔보시겠어요? 단맛이 부족하다 느껴지시면 시럽을 따로 담아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