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첫 번째 폐업이었다. 아! 사실은 두 번째였구나. 잠시 온라인 판매를 위해 만들었다가 없앤 사업자가 있기는 했다. 코로나가 터진 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게 되면서 시작 일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했던 사업자. 암튼 본격적으로 판을 벌린 이후 맞는 첫 번째의 끝을 이번에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끝나고 한 달 정도 쉰 후에 빵집에 합류하기로 했는데, 카페를 운영할 때보다는 시간이 꽤 여유로우므로 빵집 알바 외에도 어떤 것을 하면 좋을지 폐업 전부터 남편과 많이 이야기 나누었다. 그 이야기를 아이도 은연중에 많이 들었으리라.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엄마, 엄마도 길에서 양말 파는 건 어때요?”
정말, 정말 생각해 본 적도 없던 일이라 웃음만 터져 나왔다.
어느 날은 횡단보도 초록불을 기다리고 서 있는데,
“엄마 내가 아까 오면서 현수막을 봤는데, 시청에서 굴착기 자격증 같은 것을 따게 도와준대요. 엄마 그거 하면 어때요?”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도 열심히 머리를 굴려 엄마를 도와주려 한 것이라 생각하니 울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고. 이 기상천외한 직업들을 엄마께 말씀드리니
“우리 딸한테 자꾸 뭐 하라고 하지 마! 엄마 아무것도 안 해도 돼!”
역시 엄마, 내 마음 한편에 있는 쓰라린 부분을 다독여 주시는 것 같았다.
개학을 앞둔 얼마 전에는 또,
“나도 엄마처럼 하고 싶어요. 적은 시간만 공부하고, 일주일에 세 번 정도만 공부하고요. 그게 좋은 것 같아요.”
‘헉!’
어린 시절에는 엄마 바짓가랑이만 붙잡고 울던 아이들도 조금 자라나면,
“엄마는 왜 일 안 해요? 누구네 엄마는 돈 많이 벌어서 용돈도 많이 준다는데 엄마는 왜 맨날 놀아요?”
라고 한다는데, 이런 상황인가? 우리 아이 눈에도 내가 전보다 편해 보였나 싶었다. 이때에는 남편이 편을 들어주었다.
“엄마는 빵집 사장님들도 돕고, 이제 글도 쓰는 작가이기도 한데 엄마는 직업이 더 늘어난 거야! 더 많이 웃고 놀아주시고 하는데 더 좋지?”
“네!”
휴… 어렵다.
근처에 꽃집을 하던 사장님을 오랜만에 만났다. 나도 매장에 둘 꽃 몇 송이를 자주 사러 갔고, 사장님도 우리의 과테말라 브루잉을 좋아했다. 사장님은 나보다 일 년 반 전쯤 먼저 가게를 정리했는데, 가끔 놀러 와 주시고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가게를 오픈해서 다녀왔다. 더 화사하고 세련된 매장을 꾸민 사장님의 표정은 무척 상기되어 보였다.
서로 근황을 이야기한 후, 자연스레 폐업 후의 심경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마음 다 거기서 거기라고, 사장님이 먼저 지나간 마음들이 지금 내게 있는 것 같다.
폐업을 결정하고서는 빨리 그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사람에 질리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사람이 싫어져버린 경우는 더 빨리 정리해버리고 싶은 것. 폐업 후 처음에는 마음이 무척이나 홀가분하다. 아침마다 카드사별로 딩동딩동하며 통장에 입금되는 알람은 없지만, 나가는 돈도 없기 때문에 월세라던가 큰돈을 내는 날에 오는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괴로움도 없다.
장사가 조금 덜 되는 날에는 모든 사장님들의 마음은 얼마나 가라앉을까. 그러나 이제는 그런 매출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파트로 일하는 빵집이 더욱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지만, 내가 사장일 때와는 매출을 대하는 느낌은 조금 다른 게 사실이다.
시간도 내 것. 아침에 아이를 재촉해서 학교에 보낼 필요도 없다. 손잡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즐겁게 교문 앞에서 헤어진다. 집을 치우거나, 글을 조금 쓰다 보면 빵집에 갈 시간이 된다. 참으로 여유롭다.
그런데 꽃집 사장님의 이야기로는 이런 편안함, 여유로움이 점점 허전함이나 심심함으로 바뀌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내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고 한다. 꽃집사장님도 그동안 파트로 일하며 돈도 적지 않게 벌었지만, 이 마음이 커져 다시 오픈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변하게 될까? 나는 아직까지는 허전함인 것 같다. 내가 이루어냈던 것들. 브랜드, 맛있는 메뉴들이 다 사라졌고 지금의 빵집에서는 내 마음대로 메뉴를 출시하거나 재료를 구매할 수 없으니 살며시 추천하며 있는 것들 것 조합해 보는 정도이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면 돈을 떠나 나도 다시 내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어떻게 시작했는지도 까마득한 그 시절, 괴로웠던 순간들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내 가게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가게들이 잘 되었으면,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큰 정도랄까. 그래서 카페 인스타 계정으로 종종 빵집의 신메뉴 출시 성공/실패 스토리라던가 좋아하는 주변 가게들의 홍보를 정말 가끔 하고 있다. 생각보다 우리 카페를 좋아해 주셨던 분들의 반응도 좋아서 나름 뿌듯하기도 하고. 그래서 내 가게보다는 가게들끼리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좋아하는 가게의 크로켓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합작, 뭐 그런. 사장님들은 생각도 하지 않는 것들을 나 혼자 상상해 본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사장님들은 마음 힘들지 않고,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오는 상상이라 본다.
앞으로 내 마음, 기분, 어디로 갈지 모르겠으나, 오늘 꽃집에 가는 길에 만났던 찐단골 커플 분의 눈에는 내가 너무 밝아 보였나 보다.
“잘 지내시지요? 얼굴이 너무 좋아 보이세요! 표정도 피부도 좋아지시고, 역시 퇴사가 답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