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오픈을 향한 열정 기록
오픈을 준비하면서부터 커피와 함께 연습했던 것들이 있다. 마들렌, 휘낭시에 등의 간단한 구움 과자와 샌드위치. 남편은 미국 출장길에서 접했던 다양한 오픈 토스트, 신선한 재료로 켜켜이 쌓여있는 멋진 샌드위치 사진을 보여주었다. 빵보다는 밥파였던 내게 샌드위치는 너무나도 막연한 대상이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샌드위치는 바로 식빵에 케첩과 마요네즈를 엄청나게 뿌린 후, 마른 김과 신김치를 넣어 먹는 것. 괴식 같아 보이지만 정말 맛있었다. 사람들이 들으면 얼굴 찌푸리는 이 메뉴는 새롭게 재탄생하여 훗날 카페의 인기메뉴로 자리하게 된다!
이런 내게 보통의 사람들이 먹는 샌드위치에는 어떤 것을 스프레드 하는지, 샌드위치에 넣는 풀의 종류는 양상추 말고 또 어떤 것이 있는지도 모르는 수준. 그래서 남편이 맛있게 먹었다던 미국 카페의 인스타 계정에 들어가 모든 게시글을 샅샅이 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피드에는 많은 정보가 있었다. 어떤 재료가 들어가고, 어떤 빵과 무엇을 소스로 쓰는지 등. 굽기도 하고 오픈토스트로 만들기도 하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1.5센티 두께의 스프링 노트에 유튜브를 보며 좋아하는 브랜드의 커피 레시피를 정리해 오고 있었는데, 이제 샌드위치는 제일 뒷면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샌드위치 책도 구매했고. 우선 모든 재료는 코스트코에서 공수했다. 빵, 스프레드, 채소 등.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여러 종류의 햄이나 치즈를 다 구매해서 맛을 보는 것이었다. 그냥 맛보면 비슷한 느낌의 재료들이 이리저리 쌓을 때마다 미묘한 차이가 나는 게 재미있었다.
아이가 오전 8시 30분, 어린이집 버스를 타고 바이바이하면 나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커피부터 추출한다. 이때에는 어떤 로스터리의 원두를 사용할지 결정하지 않은 때이기 때문에 홈바리스타클럽이나 안스타에서 매월 하는 행사 브랜드의 원두를 구매해 추출을 연습했다.
집에는 1구짜리 엘로치오 머신을 준비해 두었다. 원두는 고소/묵직/다크라고 불리는 그쪽 라인에서 하나, 산미라인에서 하나. 어제도 연습했던 원두이지만, 오늘은 또 어떻게 변했을지 나의 입맛에는 또 어떨지 모르기 때문에 매일매일 연습했다. 나의 1.5cm 노트에는 이 로스터리의 추천 레시피, 그리고 어제 내가 내렸던 추출의 결괏값, 향미를 기록해 두었다.
9/7 10:32 OO로스터리/AA 블렌드 : 19.7g/ 29s/41g – 밀크초코와 라즈베리가 섞여 있는 맛. 마지막에는 단맛으로 끝남.
어제의 베스트를 바탕으로 오늘도 추출을 시작한다. 머신도 그라인더도 예열을 위해 두어 번 정도 내려 그냥 버린 후, 세 번째 정도에 나오는 에스프레소를 맛보았다. 나중에 가게를 하면서는 완성된 음료로 만들어 맛보았지만. 에스프레소로 먼저 맛보면 맛들이 더욱 섬세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연습할 때 좋다.
에스프레소에서 합격을 하면 아메리카노, 라테 각각 핫/아이스로 맛을 본다. 주방은 이미 난장판. 어제와 비슷한 추출에서 끝나면 다행이지만, 영 다른 맛이 느껴질 때에는 도징량/추출량 등을 조절해 가며 계속 에스프레소를 맛보았다. 커알못, 노 카페인 라이프를 살던 나에게는 죽을 맛. 화장실로 달려 다닌다.
또 특히나 공들여 연습했던 것은 따뜻한 라테이다. 우유 스팀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라테아트를 잘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미적인 감각, 센스 이런 것들이 있는 바리스타들인 것 같다. 그런 것들은 없는 회색인간 같은 나에게 라테아트는 또 하나의 시련이었다. 매일 우유 한통이 기준이었다. 그 이상은 힘들어서 딱 한통까지만 핫 라테를 내렸다. 라테아트를 한 후 바로 스팀피처에 붓고, 잔에 또 초코가루를 살짝 부어 푸어링 연습을 하고. 하고 또 하고 했고 또 했다. 유명한 라테아트인들의 동영상도 무한으로 재생한다!!!! 하지만 내 몸과 손은 그들과 달랐고 머리는 따로 놀았다.
커피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브루잉도 있기 때문이다! 행사 브랜드의 싱글도 몇 가지씩 같이 구매했다. 블렌드는 그래도 맛에 있어 어느 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싱글의 세계, 정말 엄청났다. 에티오피아, 케냐, 과테말라 등 나라의 이름만 다양한 게 아니라 뒤이어 붙는 어려운 말들. 그러니까 지역이나 농장, 또 마지막에 붙는 워시드, 내추럴 등의 가공법까지. 일단은 남편이 무조건적으로 좋아하는 에티오피아 내추럴 위주로 구매했다.
1.5cm 노트에는 구매한 로스터리의 추출 레시피가 적혀있다.
[19g, 93℃, 40g-80g-80g-80g, 30초마다 푸어링, 최종 3:30]
19g의 원두를 드리퍼에 담은 후 93℃의 첫타 40g 붓고 30초를 기다린다. 그냥 붓는 것이 아니라 섬세한 물줄기를 균일하게 나선형을 그리며 그려야 한다. 커피빵이 예쁘게 만들어지도록. 이때 아카이아 저울도 스타트를 잘 눌러줘야 한다. 초보에게는 무지 어려운 상황.
30초가 지났는지 시간을 확인하며 두 번째 80g을 추가로 붓는다. 그러니까 저울에는 이미 원두까지 담긴 영점에 40g이 부어져 있으므로, 여기에 추가 80g이면 120g까지 만든다는 뜻. 머리가 뱅뱅 돈다. 마지막 추출까지 3분 30초에 끝내는 것이 이 로스터리의 추천 레시피이다.
싱글 원두 분쇄로 많이 쓰는 EK43 그라인더의 눈금 몇몇이라고 쓰여있기도 하지만, EK43은 그때에는 없었고, 같은 그라인더가 있다 해도 영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시간으로 분쇄도는 보는 것이 좋다. 그러니까 역으로 돌아가 추천 레시피 대로 했는데 4분이 될 정도로 너무 느리다면 원두를 더 굵게, 더 빠르다면 조금 더 가늘게 해서 다시 맛본다. 손맛이 달라서 그런가 그라인더가 EK43이 아니어서 그런가 수많은 유튜브를 보며 적어 놓았던 추출레시피는 나에게는 좀 묵직했다. 끝맛도 조금 부정적이었고.
그래서 이때에 만든 레시피가 핫 기준으로 [19g, 92℃ 40g-80g-80g+ 가수 20g, 2:15]
전체적으로 원두에 물을 적게 붓고, 약간의 물을 20g 정도 더해 부으면 끝 맛이 정리되었다. 시간도 빠르게, 조금 더 가볍게 추출했다. 수 없이 내린 결과로 만든 내 입맛에 맞는 레시피라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물론, 원두의 종류나 배전도에 따라서 모두 다 달라지기는 했지만, 웬만하면 맛이 좋았다. 이때의 경험들이 쌓여 나중에는 어떤 원두가 와도 도전해 볼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12시가 가까워진다. 곧 엄마가 우리 집으로 오실 시간이다. 오늘의 레시피를 모두 1.5cm 노트에 정리해 두고, 설거지를 한다. 그리고 어제와는 다른 조합으로 샌드위치를 만든다. 오늘은 식빵 두 장을 살짝 굽고, 꿀+홀그레인머스터드+마요네즈를 한 면에 스프레드, 다른 한 면에는 토마토 페스토를 바른다. 마요소스 쪽부터 햄 2장, 하바티 치즈 2장, 딜피클 슬라이스 해서 올리고, 와일드루꼴라, 토마토 슬라이스를 올려 닫는다. 휴! 샌드위치는 세팅완료.
엄마가 오시면 커피 주문을 받는다. 오늘은 무엇이 가장 맛있냐고 물어보시네. 쉬운 아메리카노로 갈까 하다가 케냐 브루잉 아이스가 괜찮았다고 추천드린다. 산미 있는 핫 라테도 추가로 주문. 하루 중에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엄마는 엄청 입맛이 발달하신 편인데, 딸을 위해서라고 생각하셔서 아주 신랄하게 평가하시기 때문이다. 예리한 엄마 무서워!!!
한 입 드시고 “음~”
오늘의 샌드위치는 합격, 브루잉도 뭐 괜찮네, 핫라테는 폼이 너무 두껍다고 하심!
이런 매일이 쌓였다. 오픈이 가까워 질때에 1.5cm 노트의 앞쪽에서 시작한 커피 레시피와 뒷쪽에서 시작한 샌드위치 레시피가 서로 만났으니까. 정말 엄청나게 만들고 맛보았지만, 참 희망차고 즐거운 상태. 오픈하고서 초보사장은 커피만으로도 벅차 샌드위치는 오픈하고 일 년 반 후에 시작했다. 운영 중에는 계속해서 커피든 샌드위치든 새로운 메뉴를 만들었는데 이때의 다양한 재료, 맛에 대한 경험은 두루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