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쏟아지거나 잔 깨면 대박 나는 날
종교가 없어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가게를 시작하면서 약간의 미신? 그런 것들에 괜히 의지하게 되고 신경이 더 쓰이게 된다. 왜냐하면! 가게는 정말로 내가 한 노력과 내 마음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손님이 몰리는 패턴도 시즌마다 계속 변하고, 방문층도 예측할 수 없게 자꾸 변했다. 어떤 때에는 아침이 바빴고, 또 어떤 때에는 오후가 바빴다. 요일도 그랬고, 패턴을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었다. 이상하다. 원래는 바쁜 요일과 바쁜 시간대인데 한가하다면?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보고 쓸고 닦고 다 해도 한가하다면? 마음속으로 빌 수밖에.
처음 가게를 오픈하고 받은 많은 선물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액막이 명태’이다. 두 개를 받았는데, 가게 한편에 각각 매달아 두었다. 귀엽기도 했고 진짜 나쁜 기운은 막아주고 좋은 것만 이 공간에 들어오게 해 주면 좋겠다 싶었다. 손님들도 귀엽다고 봐주기도 했는데 어느 날 교회를 갔다가 단체로 온 손님들이 있었다. “어머, 가게를 새로 열어서 그런가, 이런 게 다 있네.” 슬쩍 보는데 표정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나의 편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로 명태는 안쪽에 숨겨두었다. 이곳은 다양한 사람이 방문하는 곳이니 한편에 치우친 불편함을 주지는 말자는 생각에서였다. 지금은 우리 집을 지켜주고 있다.
오픈을 준비하는 아침에는 몸과 손이 예열이 덜 되어 그런지, 가끔 그라인더에 원두를 붓다 와르르 쏟을 때가 있었다. 아까운 원두!!! 떨어진 원두는 아무리 주의 깊게 담는다고 해도 작은 먼지 등이 같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바테이블 위에 떨어져도 줍지 않는 것이 나만의 원칙이었다.
‘아… 내 비싼 원두…’ 눈물을 흘리며 원두를 치우려는 순간, 손님이 꼭 들어온다. 아직 세팅도 마치지 못했는데!! 원두, 재료 등을 쏟아 난리가 나거나 잔을 깨는 등의 그런 날에는 꼭 대박이 났다. 이게 어쩌면 선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날일 수도 있다. 쏟아서 치우는데 손님이 와서 더 정신이 없고, 손님이 많은 날에 실수로 잔을 깨고. 하지만 아침에 원두를 쏟으면 아까운 마음 먼저 들고, 그다음은 살짝 웃는다. ‘아, 오늘 대박 나겠구나.’
가끔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혼잣말로 “아, 오늘은 좀 한가하네.”라고 말하면 곧 그 말을 후회하게 된다. 곧 손님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농담으로 한가하다는 말은 금기어라고 하기도 했다. 어느 드라마를 보니 병원에서도 이 말은 절대 쓰지 않는다고 했다. 신기하다.
그리고 두 명이서 일하다가 잠깐 화장실을 가거나, 쉬는 시간이 되면 또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꼭 혼자 있을 때 바쁘기 때문이다! 밖에서 살짝 안을 본 후
“야호! 안에 혼자 있다! 돌격하라!!!”
이런 것도 아닌데 마치 짠 것처럼 혼자 있을 때 정말 손님이 몰아친다. 혼자라서 바쁘게 느껴지는 건가 생각하기도 했고, 실제로 그럴 수도 있지만. 센 강도는 정말 혼자 있을 때 온다. 보통 피크타임에 두 명 근무로 세팅해 놓는데,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건 나 말고도 다른 가게의 사장님들도 비슷하게 이야기하는 것. 또 신기하다.
운영하면서 가장 신기했던 경험은 바로 속옷에 관련된 것. 예전에 새롭게 백화점이 생길 때 오픈 이벤트로 ‘붉은 속옷’을 판매했다. 마케팅을 위해 만든 속설 같기도 한데, 암튼 새로이 생기는 백화점에서 산 빨간 속옷을 입으면 행운이 깃든다는 것이다. 이 속설이 한창 유행하던 때 엄마가 각각 다른 곳에서 하나씩 사다 주셨다. 가게를 여는 첫날, 그리고 오늘은 좀 장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날 등 특별한 때마다 아껴 입었다. 진짜 효과는 좋았다! 정말 무지막지 바쁜 날이 있었다. 내가 같이 일하는 귀여운 직원에게
“죄송해요! 오늘 제가 빨간 팬티를 입었어요…”
“헉, 사장님! 저도 오늘 빨간 팬티예요!!!”
뭔가 효과가 더블인가?
마지막으로 가게를 정리하기로 하고서, 조금 빠르게 진행시키고 싶은 마음에 어디에선가 봤던 것을 해보기로 했다. 장사가 잘되는 집의 가위를 훔쳐 현관에 걸어 놓기는 가게 하는 입장에서는 좀 그랬다. 그래서 동전을 동서남북으로 놓기를 선택했다. 동전을 종류별로 모은 후 큰 것부터 쌓았다. 사방으로 붙이기도 조금 과한가 싶어, 입구 쪽 MD장 안에 한 세트를 넣어두었다. 이것도 그냥 맞아떨어져서 ‘미신 경험담’으로 이렇게 쓸 수 있겠지만, 효과는 생각보다 금방 나타났다. 놀라울 정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반복. 그런 것들이 나름의 징크스로 자리하게 된다. 좋은 일들만 가득하고, 손님이 몰아쳐 매출도 항상 높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의 힘든 마음이 이렇게 쌓이게 되는 것 같다. 다행히 이런 것들에 내 기분이 왔다 갔다 하지도 않았고, 점을 본 적도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