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빗나가는 메뉴의 인기

by 손자몽

아메리카노, 라떼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이 두 가지만 팔 수는 없다. 가끔의 일탈을 위한 음료 메뉴도 갖추어져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달콤한 라떼. 그러니까 바닐라 라떼, 모카 라떼, 캐러멜 라떼 등 넣는 시럽이나 소스 등에 따라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고 싶지는 않은 때 시원하게 들이킬 수 있는 에이드 류. 에이드는 청소년들에게도 중요한 메뉴이기도 하다. 또한 커피가 들어가지 않은 밀크베이스 음료, 주로 어린이 친구들에게 인기인데 그러니까 딸기라떼, 초코라떼 등. 마지막으로 티까지 라인업을 갖춰야 한다. 티도 카페인이 유무, 그리고 색상에 따라 종류별로 준비해 두면 좋다. 우리는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주류 판매가 가능한 일반음식점으로 변경했다. 술과 커피의 조합도 선보이고 싶었다.


호기롭게 시작했다 영 실패했던 메뉴를 꼽자면 '커피젤리', '오버나잇오트밀' 정도가 있다. 너무 핫해 보여 도전까지 망설이게 만드는 메뉴였던가 싶다. 바닐라라떼는 모든 매장에서 아메리카노와 라떼 다음으로 인기 있는 메뉴였다. 이렇게 누구나 선택이 쉬운 당연한 메뉴들을 제외하고, 의외로 인기가 터졌던 메뉴는 리쉬티의 ‘도라지블렌드’, 콜드브루와 오렌지 착즙이 조화로웠던 ‘주시후레시’, 산미 있는 원두를 진하게 내린 브루잉과 위스키, 그리고 크림이 올라가는 ‘아이리쉬커피’, 이 세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남편은 티 브랜드는 꼭, 반드시, 리쉬티의 잎차여야 한다고 했다. 평소 티를 좋아했던 나는 마리아주플레르, 스미스티, 쿠스미티 등을 후보로 꼽고 있었다. 남편은 대중적으로 인기도 있으면서, 본인에게 호감이었던 리쉬티를 강조했다. 나는 리쉬티코리아에 들어가 또 사업자 회원으로 가입한다. 티를 둘러보며 여러 가지를 주문해 보았다. 우선 밀크티도 꼭 해야 했으니 얼그레이와 아쌈을 잎차로 주문했다. 그리고 레몬에이드에 들어갈 히비스커스가 주된 재료인 ‘트로피칼크림슨’. 이 외에는 조금 색다른 느낌의 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리쉬티를 쓰는 다른 카페를 보면 ‘카모마일 메들리’, ‘블루베리 히비스커스’, ‘페퍼민트 루이보스’ 등을 많이 사용했다. 다 너무나 조화롭고 맛있는 차이지만 조금 특별한 차가 없는지 둘러보던 때, ‘도라지블렌드’가 눈에 들어왔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도 접해보지 않았는데, 무언가 몸에 좋을 것 같은 느낌. 이름만 들으면 도라지청 음료가 떠오르지만, 페퍼민트가 오히려 주된 맛이고 여기에 도라지, 감초, 카르다몸, 생강뿌리 들어가 스파이시하면서도 이국적인 맛과 향이 났다. 너무나도 내 마음에 들었고, 도라지블렌드는 시작부터 우리와 함께했다. 각각의 잎차에 맞는 온도의 물로 4분에서 5분 정도 우린 후, 티팟과 잔에 내어드리면 향과 수색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어서 손님들이 참 좋아했다. ‘도라지블렌드’ 이 이름을 처음 접하는 손님들은 피식 웃으면서 “한번 마셔볼게요.”라고 실험정신을 갖춰 주문했지만, 이내 이 티에 매료되어 계절을 막론하고 주문했다. 친구들을 데려와 “여기야 여기, 여기서는 이 도라지블렌드를 꼭 마셔야 해.” 전파까지. 잎차이지만 아메리카노와 같은 가격으로 비싸지 않게 마실 수 있어야 차가 많이 팔린다는 남편의 주장이 먹혔던 것 같기도 하다. 다른 곳에서는 이 정도의 티를 칠, 팔천 원에 팔기도 하니까 말이다.



‘주시후레시’는 메뉴 이름을 듣는 즉시 살짝 미소가 지어지면 좋겠다는 남편의 의견으로 만들어졌다. 80년대생 정도까지만 웃기는 했지만. 오렌지 반 개를 착즙해 오렌지 향의 시럽을 한 펌프 넣은 후 얼음과 쓰고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콜드브루를 올린다. 얼음에 저어준다. 그 위에 올리면 아래는 오렌지 색, 위는 콜드브루 그라데이션이 참 예쁘다. 오렌지슬라이스도 살짝 올리면 SNS용으로도 아주 제격. 이 메뉴도 오렌지커피가 유행하기 살짝 전, 계절메뉴로 시작했는데 시원하면서도 적절한 단맛과 커피가 조화로워 인기가 많았다. 여름의 오전이 떠오르는 맛.

아이리쉬 커피는 어느 책이나 영화에서만 들어보던 이름이다. 이 메뉴도 남편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함께 출시한 콜드브루 진토닉은 정말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리쉬 커피는 마니아층을 보유할 뿐만 아니라 우리 카페를 더욱 특별하게 보이는 재주가 있었다.


이 메뉴는 주문이 들어오면 준비가 바쁘다. 먼저 잔에 따뜻한 물을 담아 데운다. 그리고 산미 있는 원두로 브루잉을 내린다. 진하게 내려야 해서 아이스 브루잉 레시피로 내린 후, 비정제 설탕 2알을 커피로 달콤하게 녹인다. 오크 향이 있는 위스키 15g을 넣고, 살짝 쫀쫀하게 친 크림을 커피 위에 뜨게 올리면 완성! 이 커피는 만드는 것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맛과 향도 엄청났다. 위는 차가운 크림이 먼저 입으로 부드럽게 들어오고, 뒤이어 아래에 있는 진한 커피와 위스키가 어우러진 따뜻함이 몰려온다. 아이리쉬 커피 맛을 잡을 때에는 살짝 알딸딸한 채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니 운전자는 주문 절대 금지!!

다른 곳에는 잘 없는 메뉴를 선택해서 선보이는 것. 사실 쉽지 않다. 수많은 원재료를 각각 맛본 후 여러 차례에 걸쳐 조합해야 하고, 농도, 당도, 질감 등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많다. 무언가 번뜩이면 즉시 재료를 주문했고, 한 시즌에도 몇 개의 신메뉴를 출시했다. 내 마음에만 들어서는 안되고 함께 일하는 우리 모두, 그리고 남편과 나의 엄마까지 만족해야 손님들께 선보였다.


만들고 실패하고 성공하고 이런 과정 덕분에 더욱 맛에 있어서 첨예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신메뉴는 손님들도 새로운 맛에 도전하게 만들었고, ‘역시나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에는 짜릿함도 있었다. 이런 습관은 우리를 계속 깨어 있게 만들었고 일하는 동안 새로운 즐거움으로 가득 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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