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말을 단정하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성격이 괴팍하고 예민한 편이라 단어 하나의 뉘앙스까지 신경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말수가 적은 편이다. 말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오면 눈이 퀭해지는 기분이다. 내가 말을 많이 하고 돌아서면 늘 후회.
카페를 하게 되면서 말을 많이 하게 되었다. 말은 주로 손님들과 그리고 함께 일하는 친구들과 주고받게 된다.
손님이 가게로 들어오면 함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기로 했다. 아무리 바쁜 상황이라도, 다른 일을 하더라도 손님을 모른 체하지 않고, 라떼아트를 그리면서도 “안녕하세요! 금방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외쳤다. 다른 손님의 주문을 먼저 받고 있을 때에는 인사하기가 힘들다. 다른 직원이 함께 있다면 그 친구가 인사를 하겠지만, 혼자 있는 경우에는 어려운 상황. 그럴 때에는 말은 바로 앞 손님과 나누지만 눈으로 인사를 한다.
기본 같지만 그러지 않는 곳도 많다. 평소에 아이에게도 ‘인사만 잘해도 잘 살 수 있다.’라고 말한다. 쾌활한 인사를 선뜻 나누는 성격은 못되지만, 조금 조심스러워 보이더라도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하려 한다. 가게에서도 인사는 손님에 대한 기본 예의라고 생각했다.
주문대 앞에 서서 한번 더 손님께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빠르게 결정하는 손님은 바로 주문을 하지만, 메뉴 고민에 빠진 분들께는
“천천히 보시고 말씀 주세요.”라고 말한 후 살짝 미소 지으며 가만히 기다린다. 이때에 메뉴 맞추기 게임이 주로 들어가는 타임.
주문이 완료되면 결제 후에 스탬프를 찍을지 물어본다.
“쿠폰 찍어드릴까요?”
“괜찮아요. 포인트도 아니고 이런 쿠폰은 잘 잃어버리고요.”
“아… 맞아요. 쿠폰에 스탬프 찍어서 가지고 다니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조금 옛날식이지만, 저희를 기억해 달라고 하는 마음으로 쿠폰을 만들었답니다. 감사합니다! 자리에 계시면 커피와 샌드위치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가끔 매장에 있다 보면 원하지 않아도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직접 여러 소식을 듣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들리는 이야기들도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하여 카페를 시작하며 직원들에게 말했다.
“바쁘지 않을 때 당연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그런데 커피나 메뉴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면 다른 손님들께 크게 들리지 않는 게 좋겠어요. 우리는 절대로 다른 손님들의 이야기, 험담을 다른 손님들에게나 다른 가게에 가서 하지 맙시다. 들었던 이야기도 옮기지 말고요. 정말 속상한 일이 있다면 우리끼리만 풀고 그러는 게 좋겠어요.”
서비스업이다 보니 속상하거나 황당한 일이 일어나고 화가 날 때도 있다. 이런 약속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생각보다 손님들도 주변의 다른 가게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기도 하고, 역으로 나에 대한 소문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요동치면 안 된다. 분노해서 더 큰 파장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에는 그냥 웃고 만다.
가끔 손님들이 커피를 쏟는 경우가 있다. 그럼 우리는 달려 나가 깨끗한 행주로 테이블을, 밀대로 바닥을 닦았다. 손님들은
“어머 정말 죄송해요. 제가 닦을 게요.”
“아니에요. 그냥 계세요. 옷은 괜찮으세요? 다행이에요. 얼마 드시지 못했는데 놀라셨죠. 금방 커피 한 잔 다시 드리겠습니다. 잠깐만 계세요.”
나도 음식점이나 다른 카페에서 쏟는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죄송하다는 사과에도 아무 대답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괜찮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경우. 진짜 내가 바닥을 닦고 싶어 지는 때.
어려운 일일까? 조금 더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는 말로 생각을 전달하는데, 조금만 둥글하게 표현하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
직원들과 일하면서도 가르친다, 혼낸다 라는 개념을 아예 지웠다. 대부분 MZ 세대였기 때문에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조심하자 싶었던 것도 있지만, 한 명의 멋진 바리스타라고 나부터 인정하자 생각했다. 내가 없을 때에는 이 친구들이 우리 가게를 대표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니까 내가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잦은 실수나 지각, 그런 경우도 거의 없었지만 잘못한 일에도 괜찮다고 다독였다. 감사하게도 다들 사장처럼 열심히 해주었다. 가끔 말투나 단어를 공격적인 느낌이 들게 말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 부분만 살짝 교정해 주는 정도.
내가 신이 나서 손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때는, 맛있는 것에 대해 공유를 할 때이다. 맛없고 불친절한 다른 가게에 대해서는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 맛있는 커피에 대해서만 이야기 나누었다. 한적한 오후, 다정한 이야기로 가득 찬 시간. 내가 제일 말이 많았을 때이기도 했고, 지금도 가장 그리워지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