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사장이 빵집 알바가 된 날

가게 하던 사람이 알바를 해보니

by 손자몽



가게 정리 후, 한 달을 신나게 쉬었다. 여기서 ‘신나게’가 올 수 있었던 것은 한 달 뒤 빵집에서 파트로 일하기로 약속했던 것이 컸다.

‘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고, 짧은 시간이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

는 안도감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쉴 수 있었다.


빵집 출근을 기다리는 한 달 동안은 카페에서 집에 가져온 잡동사니들을 정리하느라 온 집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사랑니도 뽑고, 여행도 짧게 다녀왔고,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엄마와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망의 출근일. 걱정이 있어도 잠은 세상 편하게 잘 자는 나인데, 그 전날에는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준비물인 마스크와 모자도 챙기고, 늦지 않게 도착하리라! 뚜벅뚜벅 걸어갔다.


다행히 집 문을 나서서 빵 집 문에 딱 도착하기까지, 도어투도어로 딱 10분.


너무 오랜만에 빵집 분들을 뵈면 좀 그럴까 싶어서 핫한 샌드위치집 팝업을 간 김에 하나 사다 드리기도 했지만, 내가 이곳에 적응하고 알바로 일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라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긴장되었다.


하지만 나의 속은 숨기고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입장!!

그러고서 30분 만에 녹다운.


빵집에는 커피, 음료, 빵 모두 종류가 엄청 많았고, 이름도 다 헷갈렸다. 아메리카노, 라테는 할 수 있지만, 다른 제조 음료들은 하나하나 레시피를 보며 버벅댔고, 질문제조기 수준으로 물어댔다.


포스기도 익숙하지 않았다. 우선 메뉴가 많으니 포스기에서 버튼을 찾는 것도 힘들었다. 포인트 적립과 봉투 구입, 커팅 여부를 묻는 것도 어려운 나는 초보. 또 하나 어려운 것은 빵을 써는 일이다.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이 집의 빵 중에서 깜빠뉴, 식빵은 썰어보았지만, 나머지 빵들은 두께, 각도, 또 담는 봉투도 다르고 붙이는 스티커도 다 달라서 어지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눈이 뱅글뱅글 돌고 겨울이었지만 온몸에 땀이 났다. 모자도 마스크도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나의 긴장을 숨길 수 있어 다행이기도 했다. 그래도 널따란 조리대에서 샌드위치를 신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초반부터 재미있었다.


아무튼 어리바리 알바에게 친절히, 차분히 알려주신 두 분께 무한한 감사를.


빵집에서 일하면서 한 가지 또 어려운 점은, 운영하던 가게의 손님들이 찾아올 때이다. 정말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큰데 서비스를 드려야 하는지, 고민되고 어려웠다. 커피를 한잔 사드려야 하나, 빵이 나을까 짧은 순간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커피 한 잔 제가 드려도 괜찮을까요?”

이렇게 물어보면 많은 분들이 거절하셨다. 나도 이제 이 가게의 사장이 아니고 시급을 받는 알바이기 때문일까.


이 부분은 감사하게도 빵집 사장님께서 먼저 제안해 주셨다.

“가게에 만약 옛 손님이 찾아온다면 커피 한잔은 드려도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여기에 서비스용 빵이 조금 있는 날은 그것을 드려도 괜찮고요.”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제는 거의 적응을 해서 혼자 가게를 보는 시간도 꽤 늘어났다. 감사하게도 금방 시급도 올려주셨고. 나도 내 가게 이상으로 재미있게 일하고 있는데, 매출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서 일까. 예전에는 수줍은 사장이라 메뉴 추천도 당당히 하지 못했는데, 지금 여기서는 자신 있게 추천도 한다. 이 기세라면 길에 나가 빵을 팔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달 쉬면서 이 빵집에서 하면 좋을 것 같은 샌드위치, 커피, 음료 메뉴를 세세하게 정리해 두었다. 그리고 잠깐의 여유가 날 때마다 두 분께 제안한다.


“혹시 선드라이 토마토가 있다면 샌드위치에 넣어도 정말 맛이 올라갈 것 같아요.”

“소스는 이렇게 조합은 어떠세요? 짠맛과 단맛에 산미까지 어우러져서 치아바타에 어울릴 것 같아요.”

“딸기라테도 있고, 말차라테도 있으니 한번 섞어보는 것 어때요?”


이 패기로운 아르바이트생에게 또 빵집 사장님은 너그럽게 도전을 허락한다. 이래저래 조합해 함께 먹어보고 신메뉴도 출시했다. 그리고 두 분이 고민하는 신메뉴에 나도 의견을 더하기도 했고.


사실 두 분도 납품을 하던 거래처 사장님이 알바로 오는 것이니 정말 여러 가지로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메뉴 제조 방식이라던가, 청결도, 그리고 이제는 매출 공개까지 하나하나 다 신경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를 이렇게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날 사장님이 물어보셨다.

“혹시 원하시는 월급의 정도가 있으실까요?”

“글쎄요.. 뭐 많이 벌어도 좋겠지만, 제가 그건 시간이 불가능하고요. 저는 돈도 돈이지만 그냥 이 빵집이 더욱 잘되게 돕고 싶어요. 흐흐 이상한가요?”


첫 월급날에는 "야호! 첫 월급이다! 감사합니다!"

라고 외쳐서 사장님이 웃기도 했다.


그냥 이곳은 내 마음의 안식처다. 만약 이곳에서 일하지 못했다면 나는 더욱더 과거에 얽매여서 예전 그 카페 자리를 지나갈 때마다 눈물을 훔쳤을지도 모른다.


정신없이 배달을 쳐내고 잠시 점심을 먹고 돌아가는 그 시간도 즐겁다. 그리고 두 분이 가끔 지쳐 보이면 실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조용히 청소를 하기도 한다.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간이 길게 이어지기를. 그리고 이 빵집이 더욱 잘 되기를, 그래서 홀이 있는 곳에서 또 신나게 커피와 샌드위치를 팔고 싶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바를 이곳을 통해서 이루려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나는 가게 운영보다는 메뉴 개발이 제일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이 빵집은 정말 모든 메뉴가 다 맛있으니까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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