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 사진을 쫌!!!!
이번 여행은 엄마의, 엄마에 의한, 엄마를 위한 의전여행이었다.
칠십 평생 처음 국제선을 타는 엄마에게 , 짜르르 친구들에게 자랑할 평생 추억을 위한 막내의 야심 찬 보은이었다.
9박 10일 일정 첫날부터 쉴 새 없이 엄마를 담을 생각에 겨우 32G인 휴대폰 메모리를 정리하고 의전비서로서 최선을 다해 찰칵거렸다.
엄마는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한다.
비록 포즈라고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 승모근을 잔뜩 올리는, 88 올림픽도 울고 갈 포즈가 전부였지만 말이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사진 속에서 엄마의 포즈는 점점 진화했고, 카톡 프사에 올라갈 사진도 시시때때로 바뀌기 시작했다.
참으로 바람직한 여행의 모습이 아닌가.
의전비서이자 홍보관으로서 최선을 다하던 어느 날, 여행이 반으로 접어든 시점부터 나의 주인공 자아가 슬슬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한 장만'
찍고, 확인하고 , 다시 찍고,, 이런 과정을 엄마와 함께할 수는 없기에 전략을 세웠다.
한 장 만을 외치고 수없이 포즈를 바꾸며 짧은 시간 안에 최선의 결과물을 뽑기 위한 일명 다다익선 전략이랄까.
뭐 하나는 건지겠지 하며 신나게 찍고 숙소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확인한 사진들엔 내가 없었다.
정확히는 내 신체일부가 없었다. 주로 얼굴이 없었달까
"아, 엄마 좀!!!!
전략을 바꿨다.
엄마를 먼저 찍고 그 구도 그대로 찍어달라고 했지만 그저 사지육신만 멀쩡히 담아주길 바랐다.
뭐 아무렴 어떠랴
엄마와 내 휴대폰 배경은 여전히 프랑스 여행에서 찍힌 사진이다. 아, 물론 지나가는 사람이 찍어줬다.
즐거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