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8.9 잠깐의 해수욕에 두 다리가 벌겋게 화상을 입었다. 며칠이 지나고 하얗게 껍질이 벗겨졌다. 떨어져 나간 피부아래는 새살이 팬톤 - 올해의 컬러인 피치 퍼즈 색으로 반짝였고, 과하게 탔지만 버텨낸 피부는 거뭇하게 다리에 붙어있다. 얼룩덜룩한 경계에서 버텨내고, 떨어져 나감의 차이는 뭐였을까.
8. 주위 사람들이 유난히 거슬리는 날이다. 하품소리, 잡담, 문 닫는 소리까지. 참고 있을 이유가 없다.
오후 연가 3시간에 숨통이 트였다. 코코아, 소설책, 야외 테라스 환상의 3박자에 산들바람은 보너스.
뭐 꼭 거창하게 떄려치워야 맛인가. 3시간 퇴사로 만족했다.
8. 13살 조카의 피아노 콩쿨. 하루종일 가슴 졸이던 연주가 끝나고 특별한 날에 가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누구에게나 주든 동메달에 만족하며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에 조카는 자전거를 타러 가자며 뛰쳐나갔다. 하루의 이벤트로 콩쿨따윈 어림도 없었나 보다. 어른들에겐 큰 행사가 잼민이에겐 반쪽짜리 일과였다니. 따라 나간 강변에서의 1시간 자전거 타기는 좋긴 했다. 실은 너무 좋았다.
8. 쓰르르 쓰르르 찌르레기 한 마리의 구애가 한밤, 시멘트 촌에 울린다. 옆자리 소개팅을 슬쩍 건너다보는 카페 손님마냥 화답할 새로운 찌르레기의 울음소리를 오래도록 기다린다. 곤충들도 타의적 저출산의 시대라 신경이 쓰인다. 누군가 있으면 대답 좀 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