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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하얀 봄밤 Sep 13. 2020

일기 마니아 문학소녀는 오십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내가 작가가 된 이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26세까지 매일 쓴 일기장이 100여 권이 넘는 일기 마니아에, 중학교 때까지 항상 학교 대표로 글짓기 대회에 나갈 정도로 글쓰기를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도 국어를 잘해서 국어 교사나 사서가 되고 싶었다. 학창 시절과 청춘을 지나가는 길목에서 매일 일기를 쓰면서 하고 싶은 말들을 글로 풀어냈던 것 같다. 26세 때까지 이어진 일기 쓰기는 직장 생활이 바빠지면서 중단되었다.    

 

 40대 중반에 직장 승진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야 비로소 내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자 육아와 직장 생활을 하느라 앞만 보고 달려온 내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나는 무엇을 할 때 제일 행복했었나, 앞으로 100살까지 산다는데 퇴직 후 노년에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중년이 된 내게 수많은 인생의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나는 엄마, 아내, 며느리, 직장에서 나를 말해주는 직함이 아닌 나 자신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국어 선생님이나 사서가 되고 싶은 문학소녀였지.’     


 인생의 절반을 바라보는 40대 후반에 내 인생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글쓰기를 한 번 배워보자.’ 하고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글쓰기 입문 과정에 들어갔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글쓰기 강사의 조언을 듣고 독서학습공동체에서 1년 동안 독서 토론을 공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독서학습공동체에서 글쓰기를 공부하는 학인들 중에서 일부를 선발해 일반인들의 글쓰기 책을 공저로 출판할 기회를 주었다. 그렇게 나는 우연한 기회에 《글쓰기로 나를 찾다》라는 책의 저자가 되었다. 비록 몇 장 분량밖에 안 되지만 인생 최초로 저자가 된 경험은 무척 설레고 기뻤다.

  

 포털사이트에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일상에서의 글쓰기와는 결이 다른 설렘이었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글을 쓸 때도 행복했지만 내 생각과 느낌을 표현한 글이 책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나왔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특별했다.     


 이런 특별한 경험 때문에 나는 오십이란 나이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인생 2막에는 독서 토론을 하면서 책을 쓰는 작가로 살고 싶었다. 2017년 공저로 글쓰기 에세이 책을 낸 후 3년만에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읽기》 라는 독서 에세이를 올해 안에 출간하게 되었다. 작년 9월부터 구상을 해서 12월에 출판사와 계약을 했고 6개월 동안 쓴 원고가 최종 통과되어 곧 출간될 예정이다.


 에세이에는 내가 4년 동안 직장에서 여자 동료들과 독서 토론 모임을 하면서 읽었던 책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우리 모임에는 내 또래의 여성 회원들이 많은데, 어느새 중년이 된 우리는 모임에서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한다. 책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직장 동료들과의 독서 토론 모임은 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끈끈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이 책에는 그동안 독서 토론 모임에서 읽었을 때 반응이 좋았던 책이나 개인적으로 읽은 책들 중 함께 읽고 토론하면 좋을 만한 책들을 추천했다. 독자들이 내가 추천한 책들을 읽고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 해도 정답은 없다.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혼자 책을 읽을 때보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할 때 자신의 생각의 틀을 깨뜨리기가 더 쉬워진다. 누구도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옳은 방향으로 바로잡아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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