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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하얀 봄밤 Sep 22. 2020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달과 6펜스》 서머셋 모옴


“월급이 들어오는데 어느 순간 하나도 기쁘지가 않은 거예요.”    


TV 채널을 돌리다가 젊은 여자가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채널을 고정했다. EBS 다큐프라임 <진정성 시대> ‘Authentic Life - 가고 또 가다 보면’의 한 장면이었다. 청년 앨리스의 사연은 이랬다.   

  

매월 꾸준히 들어오는 고액의 월급과 번듯한 회계사로서의 삶이 어느 날 갑자기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비로 가득한 도시의 생활은 공허하고 그녀는 하루하루가 불행했다. 행복해지기 위해 그녀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 산골로 들어가 생태운동연구소에 몸담고 살면서 ‘대안적인 삶’을 실천하고 있다. 화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로 산속 나무들과 야생초 이름을 외우며 산골에서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내게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환한 미소는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보였다.    



다큐를 보면서 앨리스처럼 자연에서의 대안적 삶을 꿈꾸는 청년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말이 있다. 기나긴 인생에서 방향만 잘 잡는다면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산속에서의 대안적 삶에 대한 몇 년간의 실험은 그들의 인생에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청년들이 산속에서 생활하면서 느끼고 깨닫는 것이 있다면 몇 년의 시간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 또한, 청년 앨리스와 비슷한 선택을 한다. 그는 타성적 욕망을 암시하는 ‘6펜스’의 세계를 떨쳐버리고 본원적 감성의 삶을 지향하는 ‘달’의 세계로 도망쳐 나온 독특한 인물이다. 이 책에는 스트릭랜드가 최후의 그림을 완성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그는 안정적인 직장과 가족을 버리고 오직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무일푼으로 떠돈다. 나병으로 죽어가면서도 머릿속에 떠오른 원시적인 영감을 쏟아 낼 그림을 완성하는데 마지막 영혼까지 쏟아붓는다.    


그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이 그림들엔 이상하게도 그를 감동시키는 무엇이 있었다. 방바닥에서 천정에 이르기까지 사방의 벽이 기이하고 정교하게 구성된 그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뭐라 형용할 수 없이 기이하고 신비로웠다. (중략) 그것은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신성한 것을 알아버린 이의 작품이었다. 거기에는 원시적인 무엇, 무서운 어떤 것이 있었다. 인간 세계의 것이 아니었다.(중략)「맙소사, 이건 천재다」이 말이 입에서 절로 튀어나왔다.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몰랐다. 그러고는 눈길이 한구석에 있던 돗자리 잠자리에 멎었다. 그쪽으로 가보니 형체가 일그러진 무섭고 소름끼치는 물체가 하나 있었다. 스트릭랜드였다. 그는 죽어 있었다. (달과6펜스, 민음사, 2000, p.293~294)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건 행복한 삶이 아닌데…’ 하면서도 변화 없이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간다. 모든 것을 돈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자존감이 떨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이 넘쳐나는 사람들도 마음의 공허함을 채울 길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들어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도 못 한 채 살아간다. 스트릭랜드처럼 현실을 포기하고 꿈을 좇아 떠날 용기도 없다.    

바로 그런 순간, 책 읽기는 현실에 안주한 채 꿈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의 꿈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해봄으로써 잊었던 자신의 꿈을 소환할 수 있다. 《달과 6펜스》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어느 회원이 남긴 멋진 소감이 떠오른다.

   

“우리는 월급쟁이 ‘6펜스’지만 마음에는 ‘달’을 품고 살아갑시다!”    


정식으로 글 쓰는 법을 배워본 적 없는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 저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다니! 글을 잘 쓰기 위해 독서 토론을 하고 블로그에 후기와 서평도 썼지만 글쓰기 실력이 하루아침에 좋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읽은 책과 독서 토론으로 내 나름의 생각이 담긴 진정성 있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친구들은 처음에는 작가가 되겠다는 내 말을 믿지 않았지만 “이제는 네가 하는 말이 허황되게 느껴지지 않아. 넌 정말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열심히 해, 장하다 내 친구!” 라며 응원을 해주고 있다. 내 꿈을 지지하다가 그녀들도 자연스럽게 내가 운영하는 독서 토론 모임의 열성 회원들이 되었다. 나와 친구들은 책을 통해 같이 성장해나가고 있다. 가슴 속에 꿈 하나씩 품고 사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늙은 마음을 품고 살면 노인이 되고 젊은 마음을 품고 살면 청년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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