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 작은 작업실

민박집 주인의 생업과 글쓰기 병행기

by 변방의 공돌이

민박집 주인의 생업과 글쓰기 병행기.
2015년 독립출판 한 <제주의 작은 작업실>은 절판 되었습니다.
책은 사라졌어도 글만은 남기고 싶어 브런치에 옮겨놓습니다.



빌라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우리 소유의 농가주택이 있다.
얼마 전까지 우리가 살던 곳으로 지금은 민박집으로 운영 중이다.
민박집 운영은 계산상으로는 안 먹어도 배부를 만큼 잘 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리 가난한가.
적금이라는 걸 들고 있기는 하지만 빠듯하게 생활비를 아껴 쓰고 남은 얼마 안 되는 돈이다.
빠듯한 생활비가 평소보다 더 빠듯하여 아예 저축을 못하는 달도 있다.
우리에게 저축은 금고에 차곡차곡 돈을 쌓는 것이 아니라 큰 창고에 동전을 던져두는 것 같은 기분이다.
민박집을 계속 운영하는 한, 대대손손 가업을 이어가며 동전을 던져 넣는다 해도 그것으로 큰 창고를 채우는 건 불가능 할 것이다.
저축을 통해 축적의 기쁨을 누리지도, 훗날 우리의 생활이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도 없이 한 달 한 달 연명해 간다는 게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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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이놈의 글 때문이다.
지금보다 좀 더 잘 살기를 바란다면 몸이 으스러질지언정 연중무휴의 전투정신으로 민박집 영업에 임해야 하거늘 이놈의 돈도 안 되는 글 쓴다고 꼬박꼬박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디 그 뿐인가.
추운 겨울에 손님이 뜸하다 싶으면 가차 없이 영업을 중단하고 글이나 쓰고 있으니 돈을 벌려야 벌 수가 없다.
언젠가 나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겠다는 야망이라도 있는가 생각해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는 것 같다.
베스트셀러 작가란 하늘이 내리는 것.
그저 평범하게 살길 바라는 나 따위에게 내릴 축복이 아니다.
야망이나 욕심 없이는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일정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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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것과 민박집 운영.
생계의 기여도는 생활비의 대부분을 조달하고 있는 민박집이 더 높지만, 시간과 에너지는 수입이 제로에 가까운 글을 쓰는데 쏟고 있다.
그러니까 몇 년째 변동 없는 자산을 늘릴 유일한 수단인 민박집의 운영과 관리에는 무관심한 나는 곳간 비어가는 줄도 모르고 안방에서 글이나 읽고 있는 가세 기운 양반집 영감처럼 삶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민박집을 팔아치우고, 나는 지금부터 글만 쓰겠노라고 선언하는 철없는 가장이 될까봐 워니(마누라)는 노심초사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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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을 우선으로 하는 다수의 기준으로 볼 때, 나의 본업은 분명 민박집이 될 것이고, 글을 쓰는 것은 별 목적 없는 취미생활로 치부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둘 중에서 무엇 하나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고를 수 없다.
글도 쓰고 싶고 돈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서 돈을 번다면 제일로 이상적이겠지만, 그럴 자신은 없는 어중간하고 애매한 한량 자영업자인 나로서는 글은 글대로 쓰고, 돈은 다른 데에서 버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타협점이 되겠다.
역으로 보자면, 그래서 나는 이렇게 살다가는 돈도 잘 못 벌고, 글도 제대로 못 쓰는 그런 사람이 될 확률이 아주 높다.
예견 가능한 나의 미래를 바꿔보려고 민박집을 때려 치고 전업 작가가 되는 무모한 도전을 할 생각은 없다.
또 글쓰기를 중단하고 오로지 돈 버는데 만 집중할 생각도 없다.
사실은 민박집을 때려 치고 오로지 글 쓰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다.
하지만 글 쓰는 일이 생계와 직접 연결되는 순간 단어 하나하나에, 문장 하나하나에 절박함이 스며들 것이고, 그렇게 쓴 글은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불편한 글이 될 것이다.
물론 그러기 전에 굶어 죽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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