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에필로그

by 변방의 공돌이

민박집 주인의 생업과 글쓰기 병행기.
2015년 독립출판 한 <제주의 작은 작업실>은 절판 되었습니다.
책은 사라졌어도 글만은 남기고 싶어 브런치에 옮겨놓습니다.



어르신들은 자주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 인생을 글로 쓰면 소설 책 열 권은 될 거라고.
어르신이라 불러질 연세쯤 되셨으면 그럴 만도 할 것 같다.
남달랐을 출생배경, 곤궁한 청년기에 겪은 사랑의 아픔, 그 후에 찾아온 마지막 사랑, 자식 키우고 공부 시키고 결혼까지 시키며 살아온 한 사람의 일대기가 파란만장하지 않을 리 없을 테다.
하지만 세상에 우여곡절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내 인생 파란만장하기로는 유치원생도 마찬가지.
짝꿍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아끼는 뽀로로를 줄 것인가, 뽀로로를 바칠 만큼 나는 내 짝꿍을 사랑하는가를 고민하는 아이의 현실 또한 얼마나 가혹할까.
남의 인생 이야기 들어봐야 다 거기서 거기다.
내 인생사도 펼쳐 놓고 보면 별다른 거 없다.
그러니까 남다른 인생사 찾기 어려운 이 이 하늘 아래에 새로운 이야기 거리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나 같은 작가 지망생이 글을 쓰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건, 새로울 것 없는 모든 것을 향한 남다른 시각, 그리고 닥치고 쓰고 보는 모대뽀 아닐지.
그런 게 없다면 초고란 결코 완성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다 써 놓고 보니 엉망진창인 자신의 글에 실망하지 않아야 하는 것.
세상 어떤 작가의 것이라도 초고는 벌목꾼에 의해 베어진 통나무와 같은 거 아닐지.
그리고 글이란 자르고 다듬고 갈아서 매끈해진 원목과 같은 거 아닐지.
고치고 고치고 고치다 보면 초고는 점점 결을 드러내고, 반질반질 해 지는 거 아닐지.

그러니 우리 모두 닥치고 씁시다.
그리고 자뻑 합시다.


P1110017.jpg?type=w773


매거진의 이전글10. 제주의 작은 작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