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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나다 Jun 16. 2024

우리 시어머니는 날 왜 그리 미워했을까?

시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아직도 진짜 의문인 게



우리 시어머니는

날 왜 그리 미워했을까?



내가 시어머니였다면

나 같은 며느리 이뻐했을 거 같은데



나름 이쁨 받으려고

신혼 때 없는 애교 부려가며

매일매일 안부전화 한 시간씩 하고

저녁 차린 거 사진 찍어 카톡으로 보내고

여름휴가 때마다 애들 데리고 시댁 가고

시부모님 모시고 여행도 가고



그랬는데도

더더 바라셨지

다른 집 며느리들은

더 잘한다며

툭하면 비교하고



친정부모님 앞에서

돈 잘 버는 형님 칭찬하고

 흉봐서 속상하게 만드시고

필터링 없이 마구 막말 내뱉고



아들 애지중지 키워봐야

'남' 좋은 일만 시킨다며

툭하면 아들 뺏긴 피해자처럼

굴으셨지



뭘 얼마나

애지중지 키우셔서

키우는 내내 학원 하나 안 보내고

장남은 어학연수

남편은 외국인노동자로

워킹홀리데이



장남은 돈 많이 드는 사립대학

남편은 국립대에 4년 내내 장학금

이 정도면 거저 키우신 거 아닌가요



거저 키운 차남

뭐 그리 아까워서

툭하면

'아들 키워봤자 소용없다.

남 좋은 일만 시킨다.'



제가 그 '남'인가요

제가 뭘 그리 남편덕에 호강했나요

제가 재벌집에 시집갔나요?

저도 아이들 키우며

하루하루 고군분투하고 있는데요

저의 고생은 하나도 안 보이시나요



제가 자라는 내내

학비 한 번 대준 적 없고

그 어떤 지원도 해준 적 없는데

남편과 결혼했단 이유로

저한테 왜 그리 많은 걸 바라고

요구하셨나요



이젠 더 이상

이쁨 받으려 노력하지 않을 거예요



날 미워하기로 작정한 사람의

환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정말 가성비 떨어지는 일이란 걸

너무 뒤늦게 깨달았거든요



무슨 짓을 해도 욕먹는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래요



무엇보다 툭하면

친정부모님께 제 흉을 보고

차마 못할 말들로 부모님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신 거



그게 당신을

끊어낸 이유입니다



언젠가 남편에게

'다른 엄마들은

시어머니 사랑 듬뿍 받고 사는데

나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쁨은커녕

미움만 받으니 너무 속상하다.'

라고 얘기하니



'대신 내가 더 큰 사랑을 줄게.

서운해하지 마.'

라고 하더군요



저는 이제

남편만 보고 살랍니다



그러니 어머니도

며느리 없는 셈 치시고

더 이상 택배 보내지 마세요



양심이 있으시다면

체면 차리려고

친척들 앞에서

며느리 도리 요구하지 마세요



그거 아세요?



어머니 때문에

계속 시름시름 아프고

대학병원 입원하니까

큰 병 걸릴까 봐 무서웠는지

당신이 그리 애지중지하는 아들이

저보고 어머니 '차단'하라고

얘기한 거요



저도 이젠

편해지고 싶습니다

그러니 이젠 서로를 놓아주고

각자 자유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하는

편지가 되겠지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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