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수우웊!!!! 맘 편히 운동만 하고 싶다.
일 년 넘게 수영장을 다닌 소감을 말해보자면, 한마디로..
수영장 계단 올라갈 때 내려갈 때
이동할 때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툭하면 몸 터치하고
터치하려 시도해서
인상 팍 쓰고 째려보고
뚫어져라 주시하고
허공에 대고 간접 욕하고
다가올 낌새가 보이면
누가 봐도 과할 정도로 피해 다녔다.
예전엔 활짝 웃으며 인사했었는데
이젠 인상 구기고 쌩깐다.
그 뒤부터 조심하더라.
마당발에 오지라퍼 고인 물 한 분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 모으고
온갖 명목으로 번호 따더니
단톡방 강제 소환됐다.
이건 서막에 불과했다.
분명 운동만 조용히 다니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텐데
툭하면 모임 주최해서
같이 점심 먹고 커피 마시자고 함.
몇 번 거절했더니
거절 사유 꼬치꼬치 물어보고
내가 되는 시간 맞춰서 다시 주최함...
없어졌던 악습을
이분이 다시 부활시킴.
명절이란 명목으로
회원들에게 돈을 걷어서
강사님께 명절 선물함.
좀 불만이었지만
일 년에 두 번이니까.
란 생각에 협조했는데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까
스승의 날, 강사 생일 등등
온갖 날들 기념한단 명목으로
회비 걷어갈 기세다.
다음 달에 다들 볼일 있어서
많이 빠질 수도 있다니까
빠질 때마다 천 원씩 걷자고 함.
어이가 없어서
"그거 걷어서 어디다 쓰시게요?"
라고 물었더니
강사님 살림에 보태자고 함.
이 말 듣고 띵했음.
아니 대체 왜??
그래서 이분께
"그럼 생리할 때는요?
가뜩이나 생리 때문에
수영장 못 오는 것도 억울한데
이때도 걷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라고 물었더니
생리 땐 회비 안 내도 된단다.
그럼 그냥 빠지고 생리한다고
악용할 수도 있지 않냐 물었더니
"각자의 양심에 맡겨야지."
란다.
그래서 또 물었다.
"병원 가느라 빠진 건요?
그것도 빼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쯤 되자 그분이 좀 짜증이 난 눈초리로
날 바라본다. 이후로 은근히 날 갈구는 것 같기도 하다.
애초에 결석비 걷어서 강사님 드리자는
그분의 주장이 얼탱이가 없었고
그걸 말리긴커녕
웃으며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는
강사에게도 정 털렸다.
ㅡ
이 난관들을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반을 옮기자니
저녁반은 등록하기 개 빡세고
새벽반은 분리불안 아이들 때문에
다닐 수도 없고
한편으론 오기가 생긴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이 뿌리 깊은 악습을
모조리 해체시키고 말 거다.
진짜 각종 명목으로
돈 걷으려는 거 보니까
애초에 모임 참석도 하지 말고
말 섞으며 친근하게 지내지도 말걸
후회가 된다.
이 모든 게
회비를 걷기 위한
밑작업이자 빌드업이었나.
내가 너무 순진했나.
왜 순수한 의도로 사람 좋아해서
잘 챙겨준다고 믿었나.
나에게 호구 아우라가 풍기는 건가.
그래서 다들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모여드는 건가.
앞으론 철판 깔고
마이웨이로 나가야겠다.
본인 뜻대로 타인을 휘두르려는
이 모든 시도가 눈에 보여서
불쾌하기 짝이 없다.
앞으론 모든 제안에
칼같이 거절하겠다.
수영장 떡값 문화
내가 없애버리겠다.
적어도 나만은 이 불합리한 요구를
묵인하고 눈 감아버리고
시류에 묻어가는 대신
강경하게 거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