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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엔 왜 이렇게 빌런이 많은 걸까?

대나무수우웊!!!! 맘 편히 운동만 하고 싶다.

by 손나다

일 년 넘게 수영장을 다닌 소감을 말해보자면, 한마디로..



수영장엔 빌런이 많다.



1. 일단 변태 할배.


수영장 계단 올라갈 때 내려갈 때

이동할 때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툭하면 몸 터치하고

터치하려 시도해서


인상 팍 쓰고 째려보고

뚫어져라 주시하고

허공에 대고 간접 욕하고

다가올 낌새가 보이면

누가 봐도 과할 정도로 피해 다녔다.


예전엔 활짝 웃으며 인사했었는데

이젠 인상 구기고 쌩깐다.


그 뒤부터 조심하더라.



2. 단톡방 강제소환


마당발에 오지라퍼 고인 물 한 분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 모으고

온갖 명목으로 번호 따더니

단톡방 강제 소환됐다.


이건 서막에 불과했다.



3. 반강제적 친목 도모


분명 운동만 조용히 다니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텐데


툭하면 모임 주최해서

같이 점심 먹고 커피 마시자고 함.

몇 번 거절했더니

거절 사유 꼬치꼬치 물어보고

내가 되는 시간 맞춰서 다시 주최함...



4. 명절 떡값


없어졌던 악습을

이분이 다시 부활시킴.


명절이란 명목으로

회원들에게 돈을 걷어서

강사님께 명절 선물함.


좀 불만이었지만

일 년에 두 번이니까.

란 생각에 협조했는데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까

스승의 날, 강사 생일 등등

온갖 날들 기념한단 명목으로

회비 걷어갈 기세다.



5. 결석비 걷자고 함.


다음 달에 다들 볼일 있어서

많이 빠질 수도 있다니까

빠질 때마다 천 원씩 걷자고 함.


어이가 없어서

"그거 걷어서 어디다 쓰시게요?"

라고 물었더니

강사님 살림에 보태자고 함.


이 말 듣고 띵했음.

아니 대체 왜??


그래서 이분께


"그럼 생리할 때는요?


가뜩이나 생리 때문에

수영장 못 오는 것도 억울한데

이때도 걷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라고 물었더니

생리 땐 회비 안 내도 된단다.


그럼 그냥 빠지고 생리한다고

악용할 수도 있지 않냐 물었더니

"각자의 양심에 맡겨야지."

란다.


그래서 또 물었다.


"병원 가느라 빠진 건요?

그것도 빼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쯤 되자 그분이 좀 짜증이 난 눈초리로

날 바라본다. 이후로 은근히 날 갈구는 것 같기도 하다.


애초에 결석비 걷어서 강사님 드리자는

그분의 주장이 얼탱이가 없었고

그걸 말리긴커녕

웃으며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는

강사에게도 정 털렸다.



이 난관들을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반을 옮기자니

저녁반은 등록하기 개 빡세고

새벽반은 분리불안 아이들 때문에

다닐 수도 없고


한편으론 오기가 생긴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이 뿌리 깊은 악습을

모조리 해체시키고 말 거다.


진짜 각종 명목으로

돈 걷으려는 거 보니까

애초에 모임 참석도 하지 말고

말 섞으며 친근하게 지내지도 말걸

후회가 된다.


이 모든 게

회비를 걷기 위한

밑작업이자 빌드업이었나.


내가 너무 순진했나.

왜 순수한 의도로 사람 좋아해서

잘 챙겨준다고 믿었나.


나에게 호구 아우라가 풍기는 건가.

그래서 다들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모여드는 건가.


앞으론 철판 깔고

마이웨이로 나가야겠다.


본인 뜻대로 타인을 휘두르려는

이 모든 시도가 눈에 보여서

불쾌하기 짝이 없다.


앞으론 모든 제안에

칼같이 거절하겠다.


수영장 떡값 문화

내가 없애버리겠다.


적어도 나만은 이 불합리한 요구를

묵인하고 눈 감아버리고

시류에 묻어가는 대신

강경하게 거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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