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하는 사람의 심리 2

by 손나다

이전에 잔소리 심한 시어머니 편 글을 올려서 요리조리 돌려 깐(?) 기억이 있다.


잔소리가 심한 또 한 명이 있다. 바로 나임을 고백한다.


그렇게 잔소리가 싫어서 타지에 있는 대학교로,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명절엔 해외여행으로 끊임없이 도망친 남편이다.


잔소리 심한 어머니를 피해 결혼했는데 잔소리 심한 아내로 바통 터치되다니.


이쯤 되면 그에게서 잔소리를 불러일으키는 DNA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남편이 잔소리 유발자인 두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일단 남편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알 수도 없게 대답을 안 한다. 나는 못 들었나 싶어 똑같은 말을 다시 한다. 그러면 남편은 왜 똑같은 말을 계속하냐며 화를 낸다. 나는 왜 대답을 안 하냐며 버럭 화내는 식이다. 이런 패턴이 계속된다.


둘째. 게으른 모습을 실시간 보여줘서 상대를 거슬리게 한다.

시어머니나 나나 부지런히 움직이는 타입이다. 반면 남편은 쉬는 날이면 새벽까지 컴퓨터 하며 놀고, 다음날 오후 2시쯤 일어난다. 부지런한 사람이 보기에 게으른 사람의 모습을 실시간 보고 있자면 잔소리하고 싶은 욕구가 미친 듯이 일어난다.



생각해보니 유일하게 잔소리하는 대상이 남편이다. 아이들에게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데 유독 신랑에게만 잔소리를 하게 된다.


일단 왜 잔소리를 하게 되는가? 생각해보았다. 역시나 상대에 대한 못마땅한 마음이 잔소리를 불러온다.


잔소리가 제일 최고조였을 때를 생각해보니 일단 같이 있는 시간이 길었을 때였다. 사람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건 부부 사이도 예외는 아니었던 거다. ‘자주 보지 않아야 애틋하다.’란 말도 있지 않은가.


남편이 십 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희망퇴직하고 싶다길래 그러라고 했다. 가정을 건사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 매일 출퇴근 두 시간씩, 왕복 4시간을 지하철 두 번 갈아타고,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그렇게 다녔다.


매일 밤 10시, 11시까지 야근하고 집에 오면 밤 12시가 훌쩍 넘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탈진상태에 이르는 걸 옆에서 보자니 안타까웠다.


그땐 몰랐다. 희망퇴직하고 일 년 넘게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아이들을 어린이집 차량 태워서 등원시키고 집에 오면 남편이 있다. (어린이집에 보낼 수도 없는 큰아들이다.)


우스갯소리로 애들 등원시킨 뒤 두 시간 동안 아침 산책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이 습관은 남편이 만들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도 만보 걷기를 이렇게 오랫동안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잔소리하는 때를 살펴보니 주로 남편이 게으름을 피우는 꼴이 못마땅할 때였다.


주말 아침에 아이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반 강제 기상으로 아이들 끼니를 챙기고 보살피기 바쁜데, 전날 새벽까지 게임하고 드라마 보고 다음날 오후 2시까지 퍼질러 자는 신랑을 보자니 퍼뜩 화가 치밀어 올랐다.


기껏 거실을 힘들여 치워 놨는데, 도와주진 못할망정 패딩을 아무렇게나 벗어두고 접을 빨랫감이 쌓여도 내가 접을 때까지 고냥 놔두는 식이다.


연애할 땐 몰랐는데 남편은 게으른 사람이었다. 그는 불금에 밤새도록 놀고 주말이면 오후까지 자는 패턴을 유지했다. 그런데 연애 땐 정말 초인적인 힘으로 날 속이고 자기 자신까지 속여왔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사기 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것은 다시 지면을 빌려 본격적으로 풀어보겠다.


어쨌든 게으름 피우는 남편의 모습이 못마땅해서 틈틈이 흘겨보고 잔소리를 하게 되었다. 잔소리를 할수록 남편이 미웠다. 남편은 잔소리하는 날 못 견뎌하고 나 또한 게으른 남편을 견디기 힘들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엄마는 아빠 싫어해?”


나는 화들짝 놀라 말했다. (‘어떻게 알았지? 그렇게 티가 났나?’)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해?”


“아빠만 보면 잔소리하잖아.”


그제야 정신이 퍼뜩 들었다. 아이도 눈치챌 만큼 잔소리가 과했구나. 나 또한 시어머니의 잔소리 때문에 반 미칠 지경이었는데 남편 본인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토록 싫어하는 시어머니의 잔소리하는 습관을 내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니! (시어머니가 싫은 게 아니라 ‘시어머니의 잔소리하는 습관’이 싫음을 알려드립니다.)


허겁지겁 남편의 장점 찾기에 돌입했다. 잔소리하는 이유는 상대의 못마땅한 점이 자꾸 보여 바꾸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남편의 장점을 찾기 위해 그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못마땅한 시선에서 장점을 찾고자 하는 의지의 시선은 놀라운 효과를 가져왔다.


남편은 게으르기도 했지만 온순하고 무난한 사람이었다. 그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콩이 엄마(내 애칭) 마음대로 해요.” “콩이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할게요.”


예민하고 초민감자인 나에게 무난하고 포용력 있는 성격의 남편은 나의 불안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항상 나의 의견을 먼저 물었고, 어지간해서는 나의 의견대로 군소리 없이 따랐다. 갈등이 있어도 먼저 사과하고 져주는 식이었다. 다른 사람들과도 원만하게 잘 지냈다. 갈등이 있어도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이해하는 편이었다. 그가 하는 단골 멘트가 또 있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


그의 장점을 또 찾아보자. 정말 찾기 힘들어서 고심하긴 했지만 사람이라면 장점이 한 가지만 있지는 않을 터, 자세히 보니 그의 장점이 또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가부장적이지 않다. 항상 여성의 불편함을 감지하려 노력하고 약자의 편에 설 줄 안다. 가부장적인 불합리함을 강요하지 않는다. 더불어 대리 효도도 요구하지 않는다. 덕분에 수평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남편의 못마땅한 점보다 장점을 찾으려 하는 나의 노력은 잔소리를 눈에 띄게 줄어들게 해 주었다. 잔소리가 줄어드니 그전보다 부부 사이도 좋아졌다. 잔소리를 줄이고 싶은 분이라면 상대의 장점을 찾으려 노력해보자! 나조차 완벽한 사람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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