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주는 힘

Toploader의 'Dancing In The Moonlight'

by 손나다

우연히 음악 추천 계정에서 Toploader의 ‘Dancing In The Moonlight’가 흘러나왔다. 이 곡을 들으니 대학교 졸업 후 떠났던 런던 여행이 떠오른다. 난생처음 가는 해외여행이었는데 친구와 함께 런던의 민박집만 예약하고 호기롭게 자유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난다.



한 달간의 런던 여행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놓쳐서 공항에 발이 묶였다. 이틀 뒤 뜨는 다음 비행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루는 공항에서 노숙하고, 하루는 호텔방을 잡아서 쉬게 되었는데, 호텔방 TV에서 주야장천 이 노래 뮤직비디오가 나왔다. 들으면서 “노래는 좋네.”라고 중얼거렸었지. 그때는 참 어리숙하고 세상 물정 모르고 헛짓도 자주 했다. 그 뒤로 이 곡을 들으면 그 당시 런던의 호텔방이 떠오른다.



비행기를 놓친 이유는 간단했다. 비행기 타는 마지막 날까지 시내 관광을 하고 아슬아슬하게 공항에 도착했는데 비행기 타는 게이트를 못 찾아서 공항을 뺑뺑 돌며 미친 듯이 헤맸다. 우리가 타야 할 비행기는 ‘아시아나’인데 아무리 ‘코리아 비행기 게이트’를 물어도 외국인들은 앵무새처럼 다들 ‘대한항공’ 게이트만 알려줬다. 그때 처음으로 ‘아, 나는 왜 대한항공을 안 타고 아시아나를 탔던가.’ 후회했던 것 같다. 가까스로 게이트를 찾았을 땐 이미 비행기가 뜬 후였다. 지금이라면 그때와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텐데. 게이트를 못 찾아서 비행기를 놓친 사람이 또 있을까. 그때 엄청나게 고생한 덕분에 런던 여행하면 비행기를 놓쳤던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여행 내내 런던의 호텔방과 TV 프로를 체험해 보고 싶다고 노랠 불렀는데, 그 입방정이 여행 마지막 날 비행기를 놓침으로써 현실로 실현되었다.



그 당시의 참담했던 심정과는 정반대로 경쾌했던 곡의 분위기 때문에 친구와 서로 어이없어서 마주 보고 웃으며 호텔방에서 햄버거 세트를 먹었던 그 당시가 떠오른다.



난생처음 갔던 해외여행이라 사정없이 헤맸고, 마지막 날 비행기도 놓쳤지만 여행하면서 즐거웠던 기억도 많았다. 런던에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죄다 구경했고, 일요일마다 열리는 프리마켓도 다 구경했다. 주중에는 출근하는 사람들의 행렬을 구경하며 정처 없이 버스를 타고 아무 정류장에나 내려서 정처 없이 걷기도 했다.



런던에는 도시 내에 커다란 공원이 많이 있었는데, 스케치북 하나 들고 공원에 앉아서 나무를 스케치하기도 했다. 그때 번호를 알려달라며 말을 걸었던 그리스 남자가 떠오른다. 공원에서 돈을 달라던 런던의 거지(?)도 기억난다. 영어를 못 알아듣는 척하자, 어찌나 정성껏 손짓 발짓하며 설명하려 애쓰는지, 문득 미안해져서 먹으려고 싸갔던 샌드위치를 주자 고맙다며 사라졌다. 그때 친구가 ‘거지(?) 아저씨도 저렇게 영어를 잘하는데 너무 부럽다!’고 한탄했던 일도 기억난다.



이 곡을 들은 지 18년이 지난 지금,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함께 여행을 떠났던 친구는 출판사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



대학교 시절 내내 친해서 항상 붙어 다녔던 우리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서울에서 꽤 자주 만났다. 서로 사귀는 사람이 없었던 지라 주말마다 만나서 맛있는 걸 함께 먹으러 다녔다. 그때의 치열했던 고민들이 지금은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세월이 흘러 나는 결혼을 했고, 미혼이었던 그 친구는 내가 결혼을 하면 서로 소원해질 거란 생각에 좀 더 있다가 결혼하면 안 되냐고 결혼을 만류(?)했었다. ‘내가 결혼을 해도 우리는 여전히 친한 친구 사이일 거야. 우린 남들과 달라’라고 주문처럼 되뇌었다. 결혼 후 각자의 상황이 바뀌고 각자의 역할 수행에 바빠진 나머지 그 친구의 우려대로 서로 소원해지고 말았다. 이제는 의무적인 새해 인사치레조차 서로 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Toploader의 Dancing In The Moonlight을 들으면 그 당시 런던의 호텔방이 떠오른다. 함께 했던 그 친구도.



음악은 추억의 그 시절로 소환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곡을 들었던 그 당시의 공기와 분위기, 같이 있던 사람 등이 넝쿨처럼 차례대로 소환된다.



이제는 흘러간 그 시절을 이 곡을 들으며 추억해 본다. 고생했던 그 당시가 추억이란 이름으로 낭만적으로 그려진다. 그때와 많은 게 바뀌었지만, 노래를 들으며 추억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남몰래 흥얼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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