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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나다 Mar 03. 2023

초딩 엄마가 되었습니다.

엄마의 걱정은 끝이 없다.


첫째가 어제 부로 초딩이 되었다.

어제 입학식 하면서 어찌나 감개무량하던지.


졸업식 하면서 울었던 엄마들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눈물을 쏟았고,


입학식 때 덤덤할 거라 믿었는데

오만 감정이 교차하며 감격스러웠다.


아이를 키우는 게 이런 건가.


별 거 아닌 일에 감격스럽고,

오만가지 걱정이 떠오르며,

일상의 사소함이 감사히 느껴지고,

잠든 아이의 모습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게 된다.


어제 입학식 하고

오늘 처음 학교에 데려다주며


혼자 들여보내는 게 걱정되어

준비물이 많고 무거워서

오늘만 반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도우미분께 간청(?)했지만

입구컷 당했다.


도우미분과 함께 실내화로 갈아 신고

학교로 들어가는 첫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그 앞에서 서성이다 돌아섰다.


발자크의 엄마는

서른 살 넘는 늙은 남자와

사랑 없는 정략결혼으로 낳은

발자크에게 정서적 학대를 했고,

걸을 수 있는 7살부터 기숙학교로 보내버리고,

물품도 제대로 보내지 않아

겨울엔 동상에 걸리기 일쑤였다는데

참으로 무정한 엄마가 아닐 수 없다.


친구는 제대로 사귈 수 있을지,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에

더러 상처받는 일들을 겪게 되진 않을지,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요즘엔 발표로 수행평가한다는데

잘할 수 있을지,

아니 그보다 당장 자기소개를 잘할 수 있을지,


오만가지 걱정이 다 되어

새벽에 자다 깨서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엄마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첫째는 학교 간다고

마냥 신난 모양이다.


어제 입학식 끝나고

식당에서 점심 먹는데,

옆 테이블 남자아이가

쭈뼛쭈뼛 우리 자리로

왔다가 돌아가고

큰 결심을 한 듯

한참뒤에 다시 와서


첫째에게

'너 1학년이야?'

'몇 반이야?'

등등을 물었다.


밥 먹느라 시큰둥한 첫째의 반응이

민망스러워서 내가 대신 웃으며 대답해 주었는데


집에서 저녁 먹으며

첫째 하는 말


'남자들은 왜 이렇게

여자들에게 관심이 많은 걸까?'


벌써부터 남자 애들에게

시크한 반응을 보이는 첫째가

염려스러워


'새로운 친구가 말을 걸면

웃으며 친절히 대답해 주자'

'옆자리 친구에게 먼저 인사하고

이름 물어봐바'

등등의 말들을 전했다.


'엄마, 잔소리 좀 그만해!'

'물어보기 싫어!'


솔직히

교우관계가 제일 걱정된다..


우리 첫째

어쩌지...


어찌 됐든 하교 후

폭풍 질문을 해볼 예정이다.


그나저나 벌써

11시 반인 거 실화?


첫째의

초딩생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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