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올리다.
낯선 곳에서의 익숙한 소리를 좋아한다.
예컨대 건물 사이로 부딪혀 들어오는 바람소리와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며
스치는 미약한 발자국 소리,
감정 없이 쏟아지는 스피커의 안내 멘트까지
바쁘게 스치는 그 소리를 듣다 보면
마치 돌아올 월요일의 출근은
이 생에 다시없을 것 같은 곳에 와있는 듯한
그 기분이 좋다.
이른 나이에 불편한 몸이 되고,
하루는 병원에, 하루는 집에서
젊음과 감정을 축내던 나는
돈이 없고 체력이 없던 게 아닌
용기가 없어 떠나지 못했던 것을 질책하곤 한다.
일 년 하고도 딱 3일이 지나 다시 찾은
두 번째 후쿠오카의 여행을 되돌아보며
설움을 토하듯 격한 감정만 억지로 끌어올리려 했던
생애 첫 해외여행의 감정을 담았던
그때의 글을 꺼내보며
이번 여행의 기록을 시작해보려 한다.
이틀간 하루 이만 보 넘게 걸었다.
생각보다 놀라운 경험이 아니었다고 느낄 때쯤
모지코를 떠나고, 실수로 하카타까지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서서 가야 하는 상황에
짜증이 쏟아질 때가 돼서야
오랫동안 다시 이곳에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균보다 늦은 생애 첫 해외여행을 시작한
나에게 모지코와 시모노세키는 무난했다.
화려한 여행을 다니는 훗 날에도 이곳은
고달프고 남들과 다른 아픔뿐이었던
20대와 30대의
절망을 기리는 곳으로 남을 것이 뻔해
그때의 감정을 구석구석 툭툭 던져두었다.
가볍게 웃으며 떠오르기 적당할 만큼
그러하여, 지금 좋다.
- 2023. 03.13 하카타에서 -
이방인(異邦人)에서 이방인(利邦人)으로
LEICA M240
LEICA M3
FUJI FILM C200
Zeissikon Black Nickel Jena Sonnar 5cm f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