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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훈 Mar 31. 2024

10. 이방인(異邦人)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올리다.


낯선 곳에서의 익숙한 소리를 좋아한다.

예컨대 건물 사이로 부딪혀 들어오는 바람소리와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며

스치는 미약한 발자국 소리,

감정 없이 쏟아지는 스피커의 안내 멘트까지



바쁘게 스치는 그 소리를 듣다 보면

마치 돌아올 월요일의 출근은

이 생에 다시없을 것 같은 곳에 와있는 듯한

그 기분이 좋다.



이른 나이에 불편한 몸이 되고,

하루는 병원에, 하루는 집에서

젊음과 감정을 축내던 나는

돈이 없고 체력이 없던 게 아닌

용기가 없어 떠나지 못했던 것을 질책하곤 한다.



일 년 하고도 딱 3일이 지나 다시 찾은

두 번째 후쿠오카의 여행을 되돌아보며

설움을 토하듯 격한 감정만 억지로 끌어올리려 했던

생애 첫 해외여행의 감정을 담았던

그때의 글을 꺼내보며

이번 여행의 기록을 시작해보려 한다.



이틀간 하루 이만 보 넘게 걸었다.

생각보다 놀라운 경험이 아니었다고 느낄 때쯤

모지코를 떠나고, 실수로 하카타까지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서서 가야 하는 상황에

짜증이 쏟아질 때가 돼서야

오랫동안 다시 이곳에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균보다 늦은 생애 첫 해외여행을 시작한

나에게 모지코와 시모노세키는 무난했다.


화려한 여행을 다니는 훗 날에도 이곳은

고달프고 남들과 다른 아픔뿐이었던

20대와 30대의

절망을 기리는 곳으로 남을 것이 뻔해

그때의 감정을 구석구석 툭툭 던져두었다.

가볍게 웃으며 떠오르기 적당할 만큼


그러하여, 지금 좋다.


- 2023. 03.13 하카타에서 -


이방인(異邦人)에서 이방인(利邦人)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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