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결심

죽기보다 쉬운 글쓰기

by 손잎의 노래

숨 막히는 자책의 순간에

시퍼런 칼날 대신 실낱같은 글을 쓰자


나는 오늘도 나를 수십 번 베어 버렸다

나무가 아닌 속 빈 갈대들

후드득 떨어졌다


공작새처럼 한껏 부풀렸지만 한 열매 하나

실속 한 점 없는 구불구불한 푸른 애벌레만 남아도


몸으로 길을 내며 갈수록 투명해지는 잎맥

실낱처럼 가늘고 여린 한 줄만 남기고

희망 삼아 불빛 삼아 사라지자

칼날로 사라지고 글은 꿈틀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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