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를 잊어버리고

맨드라미를 잊어버린 사람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by 손잎의 노래


언제부턴가 나는 맨드라미를 잊어버렸네

이름이 너무 예뻐서 입술에 넣고 다니다

저 멀리 하늘거리는 홑겹의 꽃들,

가녀린 생(生)에 취해 헤프게 입 벌린 어느 날

가뭇없이 잃어버렸네 떨구듯 잊어버렸네

과거를 잊고 개 하얗게 새어버린 나비처럼

빛바랜 고유명사 이름만 펄럭이던


맨. 드. 라. 미

그 붉은 맨머리가 를 부르네

잊어버렸다기에 미친 듯이 꽃 피웠다며

켜켜이 피워 올린 소식인 줄 몰랐냐며

맨드라미가 자긴 줄 몰랐냐며

잊어버린 이야기를 들려준다며

홰를 치듯 키 큰 가지를 흔들며

소복하게 검붉은 볏을 세

혈색 좋은 한가을의 보통명사

라미로 우르르 올라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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