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람이여,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여

김광석을 다시 부르며

by 손잎의 노래

#1

그의 목소리는 특별했다. 첫 소절만 들어도 마음이 가을 같아졌다. 울긋불긋한 낙엽과 열매로 풍성한 그런 가을이 아닌 겨울 직전의 가장 깊은 가을의 끝으로 바로 직행하게 된다. 이별과 외로움과 무상함, 그보다 그의 목소리에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쓸쓸함이 있다. 쓸쓸함의 극한 체험이라고 할까? 늦가을 끝자락에 진하디 진한 에스프레소 진액 같은 그 쓸쓸함을 한 잔 꿀꺽 마시는 고독한 그 누군가가 된다. 그 마법 같은 목소리를 가졌던 김광석은 지금 우리 곁에 없다. 영화 공동경비구역에서 배우 송광호 씨가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 말하는 장면을 정말 오래도록 잊지 못한다. 절절하게 같은 마음이었으니까. 우리 모두의 갖는, 김광석 노래를 한 번이라도 들어 본 사람이라면 갖게 되는 깊은 한숨과 안타까움이었다.


#2

그는 대부분 이별 노래를 불렀다. 이별 노래가 아닌 삶의 노래도 많이 불렀지만 그가 부른 모든 노래는 이별노래처럼 들렸고 이별 노래가 되어 버렸다. ‘내 사람이여’라는 노래도 딱히 이별 노래라고 부를 수 없고 굳이 분류한다면 정말 찐하디 찐한 사랑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너의 어둠을 밝혀 줄 수 있다면… 내가 너의 아픔을 만져 줄 수 있다면…. 내가 너의 사랑이 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절절한가? 얼마나 깊은 고백인가? 누군가에게 얼마나 깊은 사랑을 하면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을까? 이 가슴을 후벼 파는 사랑고백도 김광석이 부르면 너무 슬프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조금 과장하자면 가슴이 찢어진다. 사실 나는 김광석의 다른 어떤 이별 노래를 들을 때보다 더 가슴이 아프다. 다른 이별 노래는 대놓고 이별 노래여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듣게 듣는데, 이 노래는 따뜻하고 애틋한 사랑노래라 그냥 마음 놓고 듣고 있다가 훅 하고 들어오는 뜨거운 무엇에 훔찟 놀라게 된다. 아. 아프다. 많이 아프다. 내 안에 깊숙한 뭔가를 건드리고 찌르는 느낌이다. ‘너 뭐 하고 실고 있니? 너 진짜 이런 사랑해 봤어?……네가 지금 하는 게 사랑 맞아?’


#3

너무도 큰 사랑이다. 너의 어둠을 밝혀 준다니…. 나의 어둠에도 쩔쩔 매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세상 어떤 사람이 이런 통 큰 고백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사랑을 해 본 사람은 안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해주고 싶은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그 사람을 정말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어렵고 불가능하더라고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그 마음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지만 이루고 싶어 하는 그 마음 자체이다. 그래서 너무나 아프다. 이별하지 않고 사랑해도 아프고 사랑할수록 더 아프다. 미완성의 과정으로 늘 더 해주지 못한 마음에 아쉽고 짠하고 슬프다. 너의 아픔도 만져주고 진짜 너의 사랑이 되고 싶지만,,, 그러고 싶지만 늘 너무 멀리 서 있는 당신, 내 사람. 그것이 사랑이다.


#4

원곡은 1984년에 백창우 씨가 작사작곡하여 이동원 1집에 수록되어 있다. 이동원 씨는 시를 노래하는 가수로, 징지용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향수’가 가장 유명하다. 서정적이고 편안한 목소리라서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다. 1995년 김광석 씨가 그 곡을 리메이크하여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훨씬 처연하고 울컥한 느낌의 '내 사람이여'를 듣고 싶으면 바로 이 노래를 들으면 된다. 내가 처음 들었던 노래는 , 996년 김광석 노래를 리메이크 음반 가객-부치지 않은 편지’에서 권진원 씨가 부른 노래였다. 담백하고 살짝 울컥했다/ 가사가 너무 좋아서 찾아보다가 김광석이 부른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노래 가사처럼 지금은 '너무 멀리 서 있는 내 사람' 아니 , 우리 모두의 가인 김광석, 그가 꿈꾸는 쓸쓸하고 아름다운 사랑은 아직도 아니 영원히 우리를 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