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 보수적인 나는 (정치 성향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무언가 바뀌는 걸 싫어한다. 도로명 주소나 우측 보행 같은 자잘한 규칙들이 바뀔 때에도 안정감을 느끼는 익숙한 것들이 흐트러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내가 당연히 이북을 좋아했을 리 없다. 책을 손에 쥐는 느낌이 좋았고, 종이의 냄새가 좋았고, 첫 장에 작은 메모를 써서 선물하는 그 감성이 좋았다. 그런데도 내가 이북으로 갈아탄(?) 건, 집에 쌓여가는 책들이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나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한 권의 책은, 압축하자면, 몇 시간의 독서를 뜻했다. 그 시간을 위해 내 공간을 내어주고, 또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얼마의 시간을 보관한들, 누군가의 손에 넘어간들 그것은 언젠가 버려질 것이므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프랑스에 살게 되면서는 종이책을 구할 수 없다는 문제도 생겼다. 그저 한국어로 된 책을 읽는 게 그리워지거나 궁금한 신간들이 생기면 Yes24나 교보문고 ebook에 들어가 책을 찾곤 했다. 메일을 찾아보니 예스24 북클럽에 가입했던 게 2021년 3월이고, 그 뒤로 내가 종이책을 사는 일은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책을 준비하며 들락날락했던 출판 커뮤니티에서는 책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들 – 출판 사업 지원이 축소되고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포함하여 – 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사라지지는 않을 테지만, 종이책의 최대 성수기가 이미 지나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침체해가고 있는 도서 생태계에 이북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독서가 쉬워지는 만큼, 책 출판을 수월하게 만드는 것이 이북의 아주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북을 만드는 것은,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영상을 만드는 것보다는 초기 진입장벽이 높다. 낱개의 글이 아닌 완성된 형태의 원고가 필요하고, HTML 코드가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배워야 하는 둥 시작하기 전에 포기하도록 만드는 요소들이 많다.
그렇지만, 프롤로그에서도 언급했듯이, 작가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다른 산들에 비교하면 이북으로 작가가 되는 길은 그보다 훨씬 수월하다. 이북으로 책의 출간이 자유로워진다면, 아마도 작가들과 출판사의 권위, 그리고 책이 문화 콘텐츠로 가지고 있는 위상은 지금에 비해 떨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또한 책과 문자 콘텐츠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북은 책의 미래일까?
기존의 출판사가 종이책을 ePub으로 출간하는 것은 책의 미래에 큰 변화를 불러오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더 다양한 사람들이 책을 만들고 그 사람들이 책의 수요를 자극하고, 더 다양한 형태의 수익 구조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책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나는 출판 경험이 전무한 다섯 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출간한 우리의 책이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 이 브런치 글을 읽고 있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책을 내어 또 커다란 성공을 거두기를.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들이 글을 읽는 사람들을 자극하고, 책이 오래도록 번영하며 우리에게 세상에 대한 포용력과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
이로써 이북, 스스로 기획부터 출간까지는 연재가 완료되었습니다.
쑥스럽지만 조금은 거창하고 커다란 꿈으로 글을 마무리하였어요.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북 <유튜브도 좋지만 가끔은 생각하며 살고 싶어>는 아래 인터넷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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