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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디 Jan 24. 2024

출판 대행 플랫폼 유페이퍼: 전문가의 손길 1

이북을 만들면서, 웬만한 일들은 글을 함께 쓴 5명의 손으로 헤쳐 나갔다. 이전에 이미 이야기했듯이 이북을 만드는 Sigil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내가 ePub을 만들었고, 교정, 교열도 서로 글을 봐주면서 진행했다. 전문으로 교정을 보는 사람들과 대비하면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을 하는 친구와 이전에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했던 친구도 있어 문법이나 오타, 문단의 스타일 등 나름 꼼꼼한 교열이 가능했다.

스스로 책을 만들어보자는 포부로 5명의 재능과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전문가의 손길을 필요한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출판 대행과 표지 디자인이었다. (표지 디자인은 다다음 에피소드에!) 표지 디자인과 달리 출판은 상당히 최근까지 자가 출판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결국은 이북 출판 대행 플랫폼인 유페이퍼를 통해서 전자책 등록과 유통을 진행하고 있다.


이북 제작을 알아보면서 찾은 출판사와 유통사(서점)의 역할은 다음과 같았다.

출판사: 책의 기획, 교정, 디자인, 인쇄 등을 맡아서 진행한다. 서점과 연락하여 책의 유통을 돕고, 책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한다. 전자책 판매를 위해서는 ISBN이라는 국제 표준 코드가 필요한데, 개인은 이 코드를 발급받을 수 없으므로 개인이 이북 파일을 만든 경우라도 출판사를 통한 등록이 필요하다.

서점: 출판 업계의 유통사. 책 가격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고, 책의 판매를 대행한다. 재고 비용과 보관 공간이 필요한 종이책은 서점에 유통하는 과정이 까다롭지만, 이북은 비용이 들지 않아서 절차가 훨씬 쉽고 단순하다.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것은 1인 출판사를 차려서 자가 출판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내가 출판사에 기대하는 것은 ISBN을 발급하는 아주 최소한의 일이었으므로 개인 출판사로도 충분했다. 게다가 이 프로젝트의 첫 시작이 출판사의 간택을 기다리지 않고, 내가 먼저 출판을 해보자는 것이었으므로 1인 출판사를 차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나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출판사 설립 신고 과정이었다. 출판사와 사업자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구청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하고, 하루 이틀이면 신고가 모두 완료된다고 한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파리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출판사 설립을 위해 구청을 방문할 수가 없었다. 대리인 진행이 가능하다고도 하나, 엄마나 언니에게 ‘나 출판사를 세우려고 하는데 나 대신 구청에 등록해 줄 수 있어?’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는 않았다. ‘웬 출판사?’라는 응답이 돌아올 것 같았는데, 그 질문에 대답하면서 ‘우리 집 막내가 엉뚱한 짓을 하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주지 않을 자신이 아직은 없었다.


그런 사소하고도 중대한 사유로 1인 출판사 설립은 뒤로 밀어두고, 개인이 이북 출판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알게 된 것이 ‘유페이퍼’라는 플랫폼이었다. ‘유페이퍼’는 이북 출판을 대행해 주는 출판사로 개인이 제작한 책도 온라인 신청을 통해 ISBN 발급이 가능했다.


또한, 내가 직접 출판사에 연락할 필요 없이 유통사로 판매 등록까지 신청할 수 있다. 개인 출판사가 유통사에 책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각 유통사에 책마다 입점 요청을 보내야 하는데, 유페이퍼에서 이 단계를 대행해 주고 있다. 당연히, 일반 출판사처럼 책에 대한 홍보까지 맡아 하는 건 아니므로 서점 사이트에서 홍보가 되는 걸 기대할 수는 없지만, 서적 출판 경험이 없는 사람들의 고생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확실했다.


물론 이 과정을 자체 출판사를 통해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 유페이퍼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아까워 한국에 가서 출판사를 차릴 때까지 출간을 기다려볼까 생각도 했고, 회의 때도 여러 번 안건에 올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섯 명이 함께 논의한 결과 적어도 지금 우리에게는 유페이퍼에 내는 수수료가 크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교보문고, Yes24, 알라딘 등 대형 플랫폼 판매를 기준으로 도서 가격의 10%가 유페이퍼, 30%가 유통사 (서점), 나머지 60%가 저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내게 더 경험이 쌓이고 유통사들과 연락에 노하우가 생긴다면 유페이퍼에 주는 10%가 비싸게 느껴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적절한 비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보문고 온라인 서점에 ‘유페이퍼’를 검색해 보면, ‘유페이퍼’ 플랫폼을 통해 출간된 책들이 검색 결과로 나온다. 번듯한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에 비해 조금은 엉성할지라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바탕으로 책을 쓰고 있다는 게 한눈에 보인다. 책을 출간해 돈을 벌 수 있겠느냐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적어도 책을 내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확실히 책을 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 그 밖에도 아마존 KDP(Kindle Direct Publishing)를 이용하면 도서 판매 등록 (ISBN)과 아마존 내 유통이 가능하고, 플랫폼의 표준 규격을 따라 종이책 제작도 가능하다. 그리고 한국의 플랫폼인 부크크에서도 종이책 제작을 대행해 주고 있다.




이 브런치북은 5명의 친구들이 함께 5개월간

이북 <유튜브도 좋지만 가끔은 생각하며 살고 싶어>를 만든 여정을 담았습니다.


이북과 브런치북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631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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