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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디 Feb 19. 2024

아저씨들과의 대화

1. 아저씨는 우리집에 수도 검침을 하러 오셨다. 바깥에 있는 검침기 자료가 이상하다며 (전월 보다 떨어져있다며) 아파트 안의 검침기를 확인해도 되겠느냐고 하셨다.

아저씨가 들어와 부엌으로 가는 동안 기쁨이는 아저씨에게 맹렬히 짖었다. 아저씨가 손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하자 킁킁대면서 조용해질 기미를 보이는 가 했더니, 다시 짖기 시작한다. 아저씨가 "아저씨, 왜 이렇게 짖으세요~?" 하자 아차차하셨는지 "아가씬가요?" 해서 "아니요, 소녀에요" 했더니 아저씨가 깔깔 웃으신다.

아저씨가 기쁨이에게 "우리집에 있는 아저씨 한 번 만나보실래요~? 아마 너가 질껄?" 하시길래, "강아지 키우세요?" 했더니 그게 아니라 고양이를 키운다고 하신다. 

일을 하시다가 길고양이를 주워와서 키우고 있다고. 원래는 집에 있는 걸 싫어해 자기와 출퇴근도 같이 했었는데, 요즘은 집이 편해졌는지 자기가 나갈 때 데리고 가려고 해도 모른척을 한다고 한다.


그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저씨는 이건 아무래도 원래 담당자랑 확인을 해봐야 겠다고 하신다. 원래 담당자분이 아니시냐고 물었더니, 담당자분이 상을 당해 오늘은 자기가 대타를 뛰고 있다고 했다. 검침기 확인을 위해 꺼내었던 냄비들을 다시 넣으려고 하셔서, 뒷정리는 내가 하겠다고 말했다. 

아저씨는 기쁨이에게 인사를 하고는 다음 점검을 위해 자리를 뜨셨다.



2. 아저씨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카페에 주인이다. 수제 한과를 내어놓고 팔고 계셨는데, 나는 그게 수제인지도 모르고 이런 건 이마트가면 3천원이면 판다며 사지 못하게 했다. 쟈키가 워낙 아쉬워해서 그럼 수제인지만 확인해보자고 했다. 

아저씨에게 직접 만드신 거냐고 물으니, 여기서 직접 다 만드셨다고 한다. 대량으로 만든 건 설탕을 써서 녹았다 다시 굳으면 딱딱해지지만 여기 것들은 조청과 유자청만을 써서 딱딱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소곤댄다고 했는데 아마 내가 이마트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쟈키가 맛본 오란다의 향이 독특하다고 했는데, 그건 유자청이 들었다고 한다.

비오고 바람불어 손님 한 명 없는 날에 호기심 많은 손님 두 명이 온 것이 재밌었는지 아저씨는 한방차에 약과까지 덤으로 주신다. 그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건 구운쌀과 튀긴쌀, 그리고 견과류를 붙여서 만든, 이름도 없는 수제 한과. 맛있어서 이거 저거 더 올리다보니 도합 5만원이 넘는 것 같다.


손님이 없는 게 걱정되어 수제한과라는 게 더 잘 보였으면 좋겠어요 했더니, 복잡해서 통신 판매 등록은 안했지만, 아름아름으로 오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명절 앞두고는 택배 주문도 엄청 많다고. 아 또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다.



3. 카카오T로 택시를 불렀는데, 엄청나게 멋진 아이오닉 6가 왔다. 손잡이도 쏙 들어가있다가 차가 멈추자 튀어나오는 그런 최신식 자동차였다. "기사님, 차가 엄청 멋지네요!" 라고 던진 말이 아이스브레이킹이 되었는지 우리는 20여분을 달리는 차 속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저씨의 두 따님은 독일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있고, 사모님도 독일에서 함께 거주중이라고 한다. 아저씨도 독일로 가시지 않으시냐고 물으니 자기는 여기서 해야할 일이 있어 남았다고 한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폐에너지 사업이 있었는데,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택시 운전을 하면서 계속 자기 사업을 도전 중이라고 하셨다. 아저씨는 자원 하나도 없는 나라에서 기술력만으로 이만큼 나라가 잘 살게 되었는데, 이렇게 신규 기술에 보수적이라면 이 나라에 미래는 없을 거라고 하셨다. 맞는 말인 거 같아 나도 걱정이 된다고 대답했다.


나도 나의 삶을 이야기하던 중에 곧 결혼을 할 거라고 하자 아저씨는 자기도 국수 먹으러 갈테니 꼭 초대해달라고 하셨다. 아저씨도 빈말이고 나도 초대할 일은 없겠지만, 나는 아저씨를 꼭 초대하겠노라고 대답하며 카카오T로 연락처를 찾는다면 사실 정말 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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