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컨설팅을 받아볼까 고민할 만큼 MBA에 대해 문외한이었지만
다수의 국내외 블로그 및 MBA 갔다 온 지인의 지인에게 큰 도움을 받아 합격할 수 있었기에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후기를 남긴다.
학교 결정.
개인적인 이유로 프랑스로 가는 것이 MBA 보다 더 상위의 목적이었기에, 프랑스 내로 국가를 좁혀 학교를 결정하였다. 명실공히 세계 1위 MBA인 INSEAD 가 프랑스에 있었지만, 높은 등록금 (물론 미국에 비해서는 동급 / 저렴한 정도이지만) 과 등록금 대비 짧은 교육 기간 (10개월) 때문에 INSEAD는 고려하지 않았다. 하여 자연스럽게 MBA로 세계 7위, 유럽 내 경영학교로 1위인 HEC를 선택했다.
HEC는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더 저렴했고, 내가 조금 더 고군분투하면 장학금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교육 기간이 16개월로 커리큘럼이 좀 더 갖추어져 있는 것도 좋았고, 프랑스에서 인정받는 학교이기에 내가 원하는 기업들에 취업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생각보다 GRE 점수가 높게 나와 INSEAD 지원을 살짝 고민하였었으나, 결국 지원하지 않았다.)
입학처 연락.
HEC Paris 입학처에서는 입학 지원 전 입학처와 연락해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 CV / GRE 점수 등을 바탕으로 입학처에서 이 정도 프로필 & 점수면 바로 지원이 가능하겠다 라고 1차적으로 평가를 해주었고, 에세이 쓰는 팁이나 이후 면접 팁 등도 조언을 해주어서 꽤 도움이 많이 되었다.
프랑스 치고는 답변이 빠른 편이지만, 오늘 메일보내면 내일 답장오는 수준의 빠름은 아니었다.
GRE.
나는 GMAT이 아닌 GRE를 응시하였다. 처음 GRE 공부를 시작할 때는 MBA를 갈 지 아니면 일반 대학원을 갈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GRE가 일반 대학원까지 포괄하는 시험이고, 대부분 MBA에도 지원 자격이 주어졌기 때문에 큰 고민없이 GRE로 결정했다.
나는 3월 시험 등록, 1월에 GRE 학원을 등록해서 한 달 수업을 들었고, 너무 졸리고 재미가 없어서 학원을 계속 다니는 것은 포기했다. 이후 코로나 찬스로 … 시험을 지속 연기했고 마침내 9월에 시험을 응시했다.
계속 공부를 놓치는 않고 있었으나, 실질적으로 공부를 한 것은 약 한 달이었다. 시험 한 달 전 공식 사이트에서 본 모의고사에서 verbal 140점 받은 충격에 시험 공부를 집중해서 할 수 있었고, 덕분에 Verbal 156 / Quant 170의 나쁘지 않은 점수로 시험을 한 번 만에 끝낼 수 있었다. (한국 수학 교육 만세!!)
Verbal은 단어 공부도 열심히 했으나, 시험 당일에는 어차피 모르는 단어는 고민해봤자 답이 없다는 판단에 단어 보다는 독해 문제를 정확히 푸는 데에 집중했다.
GRE 공부는 KMF 라는 중국 사이트에서 정말 큰 도움을 받았고, (중국도 만세!!) 핸드폰 앱으로 회사 오가는 길에도 짬짬이 단어를 외우며 다녔었다.
에세이.
내용은 그 옛날 자소서를 찍어냈던 내 자신에게 맡기고, 에세이 첨삭은 영국의 첨삭 사이트를 사용했다. 문법이나 단어 전반적으로 좀 더 고급 영어로 변경해주었고, 소요 기간은 하루 이틀, 약 10~ 20만원 정도가 들었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과거 경력과 HEC를 선택한 이유와 HEC 졸업 이후가 일관성 있게 보이고자 노력했고, 질문이 6개로 꽤 많은 편이라서 전체 문항을 모두 읽었을 때 내 직장 생활과 일상 생활이 입체적으로 나타나도록 답변 내용을 구성했다.
에세이 영역이 아닌 다른 영역에도 주관식 질문이 있어서 전체 합치면 8개 정도 질문이 있다.
앞에서 못한 얘기 있으면 쓰라는 900단어짜리 (다른 문항은 200단어 정도) 열린 문항이 있는데, 이 문항은 에너지가 바닥난 연유로 공란으로 냈다. MBA 에세이 문항을 분석해주는 사이트에서는 낮은 학점, 경력 공백 등 부연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쓰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굳이 적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추천서.
입학처와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추천서에 대해서 물었었는데, 아주 크리티컬한 요소는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현 직장 사람에게 받는 게 껄끄러우면 전 직장 사람에게 받아도 된다고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나는 나의 직속 상사가 아닌 회사의 팀장급 매니저 두 분에게 부탁을 했다. 후에 들어보니 5점 척도로 점수 평가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주관식도 질문 길이가 길지 않아 약 20분 정도면 작성이 가능하다고 했다.
입학 지원 사이트에 추천인 정보를 입력하면, 추천인에게 링크가 간다. 입학 지원 사이트에서 submit을 하고 추천인 분들이 모두 추천서 작성을 완료하고, 입학 지원 서류가 모두 확인이 되어야 해당 라운드에 지원이 된다.
동문 인터뷰.
지원 마감 후 약 2주 후에 Preselection 결과에 대한 회신을 받았고, 이후 동문 두 명 (나는 한국에 계신 한국분, 싱가폴에 계신 영국분)과 스카이프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미 거의 합격된 것이니 편하게 보면 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으나, 어쨌든 자유 주제의 PPT를 만들어야 해서 꽤 공수가 들어갔다. 나는 코로나 관련 회사 업무적인 것으로 준비했고, 발표는 수월하게 끝났다.
그 후 인터뷰 질문들이 있었는데, 두 분 다 질문지를 받은 듯했고 그렇기에 질문들이 대부분 동일했다. MBA 인터뷰 후기를 남기는 외국 사이트 등에서 족보를 확인할 수 있다. (왜 HEC를 선택했냐, 너가 가지는 강점이 뭐냐, 10년 뒤 계획 뭐냐 등등.)
합격 통보.
나는 얼른 퇴사하고 싶었기 때문에, 2021년 9월 입학으로 2020년 11월 라운드에 지원하였다. 11월 말 pre selection 결과를 받았고, 12월 첫째 & 둘째 주의 인터뷰를 걸쳐 최종 결과는 12월 18일에 전화와 메일로 받았다.
2021 9월 입학부터 등록금이 1500 유로 정도 인상되었는데, 나는 일찍 합격해서 그런지 인상 전 금액으로 고지서를 받았다.
MBA를 합격하고 나서 평소에 가깝게 지냈던 회사 부장님께 소식을 전했다.
부장님은 마치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이제 돈 나갈 거 걱정, 가족들 친구들 이랑 떨어질 걱정에 다른 괜찮은 이직처들 보이다 보면 그냥 가지 말까 생각들 수 있어. 그래도 흔들리지 말고 꼭 가서 새로운 경험 많이 하고 와.’ 하고 말씀해 주셨다.
어쩔 수 없이 경쟁 사회에 길들여졌는지, 두세 달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결과를 얻는 과정 전체가 꽤 재밌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합격한 다음날부터 나는 벌써 무언가를 이룬 것 같았고, 학교를 가는 것 자체는 그다지 기다려지지 않았다.
이 때 들은 부장님의 이야기는 내게 너무 따뜻한 조언이 되었다. 좋은 것들과 괴롭고 나쁜 것들이 섞여서 닥치겠지만, 그 전체를 기꺼운 마음으로 누리고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