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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OS Jun 13. 2024

[영화로 환경을 말한다]지구의 노래 자연의 노래

-마가레트 올렌, <지구의 노래>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지구의 노래 / Song of Earth(Fedrelandet) 

-마가레트 올린(Magreth Olin), 2023



“우리의 처음 사랑은 자연이다.”


다큐멘터리 <지구의 노래>는 푸르고 신비스러운 빙하 동굴과 함께 이렇게 시작한다. 이어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거치며 화면 가득 펼쳐진다. 한 장면도 놓칠 수 없는 대자연의 풍경은 정지된 듯 천천히 장면을 바꾸어 나간다.


이곳은 베스트 렌트의 올데달랜(Oldedalen)으로, 노르웨이 북쪽 끝에 있으며 여섯 번째로 긴 노르드 피오르드가 있다. 노르드 피오르드(Nordfjorden)는  노르딕 워킹으로 가장 걷기 좋은 곳이라고 알려져 있어 트래킹을 하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청록색의 호수, 빙하가 녹으면서 흘러내리는 폭포, 가을 숲의 전경 그리고 다시 얼어붙은 호수와 회백색의 풍경이 숨이 멎을 듯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런데 <지구의 노래>는 왜 환경 영화일까.



이 영화의 감독인 마가레트 올린은 아버지와 함께 고향 올데달랜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게 된다. 영화는 신비로운 자연, 대자연의 경이로움, 자연의 맥박과 인간의 맥박, 대자연 속에서 작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인간, 그리고 세대 간의 연결과 존재에 대한 물음 등을 전하며 관객에게도 실존적 여정을 하도록 권한다. 즉 경이로운 대자연 속을 걸으며 나를 둘러싼 자연과 어떻게 공존하고 공명할 것인가를 조용히 묵상하게 한다


우리는 대자연의 시간과 비교하면 지구에서 잠시 살다 가는 한 생물에 불과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가고 나면 다시 봄이 오는 것처럼 생명은 순환한다. 그리고 그속에서 우리도 태어나고 죽는다. 그래야 다음 세대가 이어진다. 아버지는 계절에 변하는 동안 계속 야생 산을 걸으며 말을 건넨다. 우리의 내면에 대해, 우리의 행복에 대해. 그 말 속에는 우리는 자연과 분리되어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있다. 


<지구의 노래>의 마가레트 올린은 그동안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감독이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연출했고 무수한 수상 경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에는 폭넓은 사회에 대한 관심이 담겨있고 작품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마가레트 올린은 영화 작업 후 Ted X 강연을 통해 영화의 뒷 이야기,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 그리고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설명해 주었다. "자연은 우리의 집이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영화 <지구의 노래>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영화의 시작은 "우리의 첫사랑은 자연이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강연도 "처음 사랑을 위해 빙하 위를 걷기로 했다."로 시작한다. 영화 첫 장면에 등장하는 빙하동굴에 들어가 등을 대고 누웠을 때 올린은 수천 년의 시간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과거와 미래는 물러나고 현재의 고요만이 마음 한 공간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이 영화를 찍게 된 계기를 들려준다. 그것은  7년 전 남편이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에서 시작되었다. 재활과 수술, 그 와중에 딸의 중병까지 이어지자 심한 공황 발작을 겪게 되었고 슬픔과 두려움 속에 지내게 되었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분이라고 믿고 있는 아버지에게 슬픔과 두려움을 나누기 위해 찾아갔다. 아버지는 그저 "산책하러 가자."라고 말씀하신다. 야생산을 하이킹하며 1년을 걷자고. 


그렇게 올데라덴에서 봄을 맞았다. 봄이 되자 여전히 푸른 빛을 발하는 빙하, 조금씩 눈이 녹기 시작하면서 내리는 폭포의 물, 산 정상에 올라 펼쳐진 전경을 보았을 때 그녀는 마침내 숨을 쉴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산에 오른다는 것은 험한 지형을 살피고 조심하며 걸어야 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을 살피며 오로지 거기에만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만은 모든 생각의 초점이 '오직, 지금, 여기'에만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자 지금까지 그녀를 괴롭혔던 죽음에 대한 공포, 미래에 대한 불안, 과거에 대한 후회 등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고 그 문제가 마음으로부터 떠나자 그녀는 자유를 느꼈다. 높은 산에 오를 때에는 날씨가 변화무쌍해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그러다가 번갈아 해가 나기도 했는데 한 번은 쌍무지개가 뜬 적도 있었다. 그녀는 이러한 대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서 어둡고 암울하게 보낸 시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여름에는 피오르드와 원시림으로 가득한 자연이, 가을에는 찬바람이 불어오며 숲에 바람길을 만들었다. 모든 색채가 사라지고 회백색만이 가득한 겨울이 오자 어느새 내면의 깊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는 겨울이 인간의 맥박과 지구의 맥박, 인간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좋은 계절이었다고 말한다.


영화 속에는 다른 나무들보다 더 높이 자란 한 그루의 나무가 자주 등장한다. 우뚝 솟아 있는 이 가문비 나무는 올린의 증조할아버지가 심은 것으로 그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아들인 할아버지는 나무를 아버지 대신으로 여기며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우람한 가문비 나무는 몇 세대가 이어져 내려온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무렵 에필로그에서 아버지는 작은 가문비나무를 하나 배낭에 메고 산을 오른다. 그리고 새로운 나무를 심는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말한다.


"이건 사랑의 행위야."


영화가 시작할 때 "우리의 처음 사랑은 자연이다.”라고 했던 문장은 영화를 끝맺으며 다시 반복된다. "우리의 처음 사랑은 자연이다. 그 첫사랑을 잊지 말자." 그리고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아버지 세대가 자연을 돌보는 방법에 대한 가장 깊은 지식을 전달한 마지막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진심으로 믿는다.

아는 것은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하지 않다."


<침묵의 봄>으로 20세기 환경운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레이첼 카슨은 <센서 오브 원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자녀를 집안에 두지 말고 야외에서, 자연 속에서, 자연이 우리 집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그것을 알 수 있으며 환경에 대한 지식이나 식물도감보다 자연에 대해 느낀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감독인 마가레트 올린이 자연이 첫사랑이라고 말한 것, 그리고 우리의 집은 자연이라고 말한 것과 이어지는 대목이다. 


이 영화는 올해 서울국제 환경영화제의 모토인 "기후 행동"에서 상영되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매우 정적이고 명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끝까지 본 후 많은 생각과 여운이 뒤따랐다. 기후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 우리의 마음 속에는 과연 무엇이 자리 잡아야 하는가, 우리는 어떤 의식으로기후 행동이 나서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 영화였다.  


2050년이 되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게 될 것이다  기후 위기와 기후 재난이 더 심각해진 미래에는 더욱 더 자연과 단절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지구의 노래>를 통해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는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때이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어떤 관계로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공명해야 하는가라는 메시지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감독의 연출력과 뛰어난 촬영 덕분에 영화 내내 경이로운 노르웨이 피요르드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기후 위기로 세상의 아름다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매우 끔찍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 글 : 소노스(SONOS)


지구의 노래 : https://www.margretholin.com/songsofearth

테드X 강연 : https://www.youtube.com/watch?v=Qm1E2BzKh14&feature=you

TIFF인터뷰 : https://film-fest-report.com/tiff-2023-songs-of-earth-margreth-olin-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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