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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OS Jun 22. 2024

[영화로 환경을 말한다]도큐메리카, 벼랑 끝의 자화상

-피에르 프랑수아 디데크, <도큐메리카>

= 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상영작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도큐메리카, 벼랑 끝의 자화상 / 

Documerica, Self-Portrait of a Nation on the Brink

-피에르 프랑수아 디데크(Pierre-François DIDEK), 2023


“사진 한 장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도큐메리카-벼랑 끝의 자화상>은 1970년대에 있었던 도큐메리카 프로젝트를 재조명하는 영화이다. 도큐메리카는 ‘문서(document)’와 ‘아메리카(America)’를 합친 말이다. 1973년 닉슨 대통령 때부터 시행된 도큐메리카 프로젝트는 100여명의 사진가들로 미국의 환경에 대한 자료를 목록화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물질적 풍요로움으로 아메리카 드림이 만연했을 때 이루어진 이 작업은  소비주의가 낳은 악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위대한 나라’ 미국은 이 문제가 단지 일시적 현상이며 곧 수습될 것이라고 무마했고, 환경의 경고가 나타난 사진들은 프로젝트를 중지하면서 잊혔다.


영화에서는 당시 도큐메리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진가들이 등장한다. 그들 중 일부는 지금도 여전히 사진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아서 트레스(Arthur Tress), 보이드 노튼(Boyd Norton), 빌 질레트(Bill Gillette) 등 사진가들은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해주었고 작업의 의미 등에 대해 설명해 준다. 그동안 1970년대 미국의 사회와 환경을 알 수 있는 도큐메리카 프로젝트는 역사의 뒤안길에 있었지만 오늘날 재조명되면서 기후위기의 시대를 맞은 인류에게 다시 한 번 성찰과 각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찌보면 우린 여전히 도큐메리카 세상에 살고 있어요.


그때 일어났던 일은 경고였어요.


그대 이미 경고했던 거죠.”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 시추선 하나에서 원유가 유출되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원유 10만 배럴 정도가 쏟아져 나와, 인근 바다를 검게 오염시켰고 이로인해 쿠야호가 강에는 대형화재가 일어나 강이 불탔다. 이 사고는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에 당시 미국 상원의원 게이로드 넬슨은 하버드대 학생이었던  데니스 헤이즈와 함께 환경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은 1970년 4월 22일에 환경선언문을 발표하는 데 바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지구의 날'이다.


당시 닉슨 정부는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을 선거전에 이용했고 당선되자 환경보호국을 설립했다. 그리고 환경보호국에서는 환경과 지역 사회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10년동안 진행할 “도큐메리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담당자 기포드 햄프셔는 100여명의 사진가들에게 필름을 보내 미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포착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는 사진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환경문제는 인간과 관계있어요. 이것을 사람들에게 이해시켜야 해요.”


# 아서 트레스 Arthur Tress


아서 트레스의 사진은 주로 비유와 상징으로 표현된다. 이에 대해 그는 자신의 비유가 피사체를 통해 인류가 지구에게 한 행태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한다. . 

“사진은 지진계이다.”



# 보이드 노튼 Boyd Norton


60년대 열혈 환경주의자였던 보이드 노튼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이든 보호하고 싶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숲을 파헤쳐 광산을 만들거나 국립공원에 도로가 나기도 했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는 사진작업을 계속해 왔다. 지금도 그는 모래사막에 마구 버려지는 쓰레기를 기록하고 있다.


# 빌 질레트 Bill Gillette


“사진을 보면 정신이 번쩍 들어요.”


“상황이 나쁜데도 다들 무관심해요.”


빌 질레트는 토양 및 광산, 목장 등 보존에 대한 사진을 주로 찍어왔다.  열악한 환경인 광산의 인부들을 사진에 담았던 그는 말한다. “사진은 멋지게 보이려고 왜곡해서는 안 된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좋은 사진가이다.”


도큐메리카 사진은 미국의 무한한 성장과 자연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풍경이 담겨 있었다. 1970년대는 그야말로 무절제와 무한 소비지상주의가 팽배하던 시기로 물질적 풍요의 시대였다. 그래서 사진가들은 물건을 소비하고 마구잡이로 버리는 물건들이나 자동차들을 찍었다. 방임주의의 증거였다. 하지만 이러한 사진들을 보아도 사람들은 외면하고 무관심했다. 사진가들은 계속 사진으로 증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사진 자체가 정치적 행위가 되었다.


그 이전에는 FSA(농업 안전국)의 프로젝트도 있었다. 1930년대 대공황의 시대에 농촌의 빈곤문제를 퇴치하기 위해 설립한 곳으로 역시 사진 프로젝트였다. 이 사진들은 사회변화와 이에 따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빈곤과 질병, 백인-흑인-히스패닉계의 다양한 인종, 탄광과 열악한 환경 등을 기록한 것이다.


오클라호마 먼지 폭풍 속을 걷는 아버지와 아들 (사진 : Arthur Rothstein)


FSA의 사진 프로젝트는 기록 사진으로서 역사적 기록물이 될 수 있도록 집대성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구호활동과 사회활동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도큐메리카 프로젝트는 그렇게 되지 못했다. 100여명의 사진가들은 지역별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서로의 작업을 몰랐고 더 나은 시너지 효과를 낳지 못했다. 또한 관리체계가 따로 없어 일련의 내러티브 아래 집대성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프로젝트를 실행한 결과물이 정치권에서는 원하던 사진이 아니었고 정부가 원하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해 프로젝트는 중지되었다. 그리고 그때 마침 이스라엘의 전쟁과 석유 파동이 일어났고 그렇지 않아도 환경에 무관심했던 국민들은 환경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게 되었다


IPCC의 2021년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인간의 영향 때문에 대기와 해양, 육지가 온난해지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대기권, 해양권, 빙권, 생물권에서 광범위하고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 <기후 책-그레타 툰베리가 세계 지성과 함께 쓴 기후위기 교과서> 중에서 


만일, 환경에 대한 도큐메리카 프로젝트가 중지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1974년부터 환경에 대해 더 큰소리를 냈다면 말이다. 일부 사진가들은 작업을 하는 동안 이상적인 생각을 가졌다고 털어놨다. 도큐메리카가 환경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50년이 흐른 후 오하이오 주의 페리 고등학교 교실에서 ‘도큐메리카’라는 단어가 들렸다. 이 교실에서는 해마다 도큐메리카를 추적하고 그때의 사진가들과 같은 작업을 학생들이 진행해 보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이 미국의 역사를 이해하고 지역사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기후위기가 얼마만큼 우리 가까이 와 있는지 실감하고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파악한다. 도큐메리카 프로젝트가 재조명되는 순간이다.


“지구 온난화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턱 끝까지 물이 차 올라도 믿지 않을 겁니다.”

-빌 질레트


“낡은 렌즈가 해마다 무거워요. 우린 여전히 도큐메리카 세상에 살고 있어요.”

-아서 트레스


“(지도를 펴 보며) 자, 이제 어디로 갈까?”

-보이드 노튼


도큐메리카 프로젝트는 끝났다. 하지만 사진 한 장의 힘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 사진가들은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의 세상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도큐메리카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 글 : 소노스(SONOS)




# 영화 자막 : "도큐메리카 사진 2만 2천 장은 현재 미국 국립 문서보관소에 보존되어 있다. 아직 보지 못한 슬라이드가 2만 9천개 있다."


# 이 영화를 촬영 후 빌 질레트는 2021년 8월 1일 8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추모의 마음을 담아 꽃을 보내고 싶은 사람은 대신 자원봉사자들이 산불 예방과 구조를 하고 있는 <습식 산불예방지구>에 기부해 줄 것을 당부했다.

https://wetmountainfire.com/


# 출처 및 참고 자료 

FSA 작업 : https://en.wikipedia.org/wiki/Farm_Security_Administration


도큐메리카 https://en.wikipedia.org/wiki/Documerica


                   https://slideplayer.com/slide/14022139


보이드 노턴 https://en.wikipedia.org/wiki/Boyd_Norton


아서 트레스 : https://en.wikipedia.org/wiki/Arthur_Tress


https://watch.eventive.org/ceff2024/play/65a84788513c440039a47821/65725fe583dbbb0061e75bf6


사진+이미지 : https://www.cinemaverde.org/film-archives/documerica-self-portrait-of-a-nation-on-the-br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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