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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OS Aug 19. 2020

" 지금 시간이랑 텔레비전에 나오는 시간이랑 달라."

1편 : England, Paington -

" 지금 시간이랑 텔레비전에 나오는 시간이랑 달라."


페인톤 카페 <Our Katie's Tea & Coffee House>의 시간에 대한 문장


슈마허대학과 토트너스 전환마을 방문 일정을 마치고 내일은 런던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다. 주말에는 숙소를 구할 수 없어 토트너스 중심지에서 버스로 10분 정도 떨어진 페인톤이라는 바닷가 마을에 머무를 때였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는 일정에 맞게 모든 볼일과 짐 정리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런던으로 돌아가는 버스 티켓을 꺼내어 날짜와 시간도 확인했다.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났다는 만족감에 미소를 짓고 우리는 잠시 쉬기 위해 텔레비전을 켰다. 여행하는 동안 숙소에 텔레비전이 있으면 한 두 번은 꼭 켜보고는 했다. 날씨나 시차, 뉴스 등을 보기 위해서였다. 특히, 다른 도시로 이동하거나 다른 나라로 입국해야 하는 경우는 더욱 그랬다.


아무튼 텔레비전을 켜서 뉴스 채널을 찾으니 영국의 BBC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런던 날씨라든지 사건, 사고와 같은 뉴스가 나오는지 집중하고 보고 있을 때였다. 뉴스 화면 하단에 날짜와 시간이 나와 있는데 뭔가 이상했다. 한참을 보다가 너무 놀라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 지금 시간이랑 텔레비전에 나오는 시간이랑 달라."


유니는 무슨말이야?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오늘의 뉴스는 날짜는 맞는데 시간이 다르게 표시되어 있었다. 방에 있는 시계도 보고 우리의 손목시계도 꺼내어 번갈아 보아도 시간이 달랐다.


" 지금 10시인데, 텔레비전에는 9시라고 나오잖아. 어떻게 된거지?"


시차가 있는 것일까? 국경없는 유럽을 여행한다고 하지만 나라마다 시차가 다르기 때문에 늘 확인해야 했다. 순례길을 걸을 때는 포르투갈 국경을 넘는 10분만에 스페인과 1시간의 시차를 맞추어야 했다. 파리에는 1시간의 시차가 있다고 했지만 도착해 보니 지하철역에서 확인해 본 결과 시차가 없었다. 매 순간 긴장해야 했던 우리는 뭔가가 있음을 짐작했다.


늦은 시간이지만 아랫층에 내려가서 호스트에게 물어보려고 방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가니 현관 앞에 있는 커다란 시계는 우리의 손목시계와 같은 10시였다. 그 시계를 보니 더욱더 당황스러웠다. 그럼 텔레비전이 잘못 된 걸까. 날짜가 맞는 걸 보면 예전 프로그램은 아닌데, 그리고 BBC의 뉴스 프로그램이 잘못 될 리가. 여러 생각으로 머리가 아팠다. 그렇다면 이곳에 살고 있는 호스트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리 호스트를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방으로 올라가 호스트를 불러도 대답이 없다고 유니에게 말했다.


텔레비전 시간에는 9시가 지나고 있었다. 내일 이곳에 계속 있는다면 크게 착오가 생길 일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내일 런던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고 버스터미널이 아닌 도서관 앞 간이정류소에 서 있으면 태워가는 상황이라 버스 출발하는 시간이 정확해야 한다.


혹시 섬머타임? 유니가 유럽의 섬머타임 이야기를 꺼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사전정보로 알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참 애매한 날짜이다 싶었다.


이 수수께기를 풀기 위해 노트북을 켜서 구글에서 정보를 캐 보았다. 일명 섬머타임이라고 부르는 일광절약시간제(Daylight Saving Time : DST)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었다.


In the UK the clocks go forward 1 hour at 1am on the last Sunday in March, and back 1 hour at 2am on the last Sunday in October. The period when the clocks are 1 hour ahead is called British Summer Time (BST). There's more daylight in the evenings and less in the mornings (sometimes called Daylight Saving Time).



"... the last Sunday in October !"

영국의 섬머타임(BST)은 3월 마지막 일요일 오전 1시에 시행되어 10월 마지막 일요일 오전 2시에 끝난다는 것이다. 바로 오늘이 10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오늘 영국의 섬머타임이 끝나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의 손목시계와 숙소의 시계는 모두 앞으로 1시간 당겨서 9시로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내일 아침은 섬머타임이 해제된 날이기 때문에 시계를 1시간 당겨진 상태에서 8시에 출발하는 버스인 셈이다. 우리가 못 알아차리고 BBC 뉴스를 의심했다니, 너무 허탈해서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한밤의 해프닝이 끝나고 우리는 시간을 제대로 맞춰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도 긴장감이 남아 있는지 잠을 못 이루고 있던 유니가 어둠 속에서 물었다.


근데 버스기사 아저씨도 섬머타임을 알고 있겠지?




* 그리고 여행 후 "DST Stop in Europe"이라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2019년 3월 26일 유럽의회는 DST(Daylight Saving Time)를 영구히 철폐하기 위한 초안을 발표하고 투표에 의해 승인되었다. 이 투표 결과에 따라 회원국은 2020년 4월까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즉, 3월에 맞춘 섬머타임 시간에 영원히 머물지, 아니면 10월에 맞추게 될 표준시간에 머물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이 결과에 반대를 표명하고 나섰다. 다른 회원국에서 반대를 하지 않는 경우 1905년 캐나다에서부터 시작된 DST는 2021년에 영구히 철폐된다.

앞으로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European Economic Area (EEA) 회원국가 모두에게 적용되며, 스위스는 회원국가가 아니지만 동일한 일정을 따르고 있다.


>>> 내용은 타임앤데이트 (https://www.timeanddate.com) 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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