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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OS Aug 19. 2020

"호호호, 알로윈? "

2편 : France, Nanterre - " 호호호, 알로윈? "



역시 파리의 날씨는 화창하지 않았다. 비가 자주 내리고 흐린 날이 많았다. 그만큼 가을의 마지막 색채를 곱게 선사해 주고 있었으니 마음은 우울하지 않았다. 거리의 가로수와 곳곳에 있는 공원들이 예쁜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비가 내리니 길거리에 무수히 떨어져 있는 있는 낙엽도 운치있었다. 그 거리에 센강이 흐르고 에펠탑이 걸려 있으니 어디를 보아도 멋진 풍경이었다.

파리 사람들의 옷차림은 기온이 바뀌자 후드 티셔츠나 윈드자켓이 많아졌다. 꼭 준비하는 필수품은 비니모자와 장갑, 목도리 등이었다. 

우리는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걷고 여행을 계속하는 중이어서 두꺼운 옷을 준비하지 않았다. 배낭의 부피와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에 일찌감치 다른 계절의 옷은 여행중에 구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지중해성 기후라 그런지 쌀쌀한 정도였다. 

우리도 목도리와 모자를 준비하고 다니다 보니 점퍼 정도면 충분했다. 비가 내려도 파리 사람들은 우산을 잘 쓰지 않는다. 우리도 천천히 산책을 즐기고 여러 곳을 구경하다 보니 우산보다는 점퍼의 모자를 이용하는 것이 편했다.


우리의 숙소는 파리의 외곽인 낭떼르(Nanterre)라는 곳에 있었다. 파리의 개선문과 직선으로 이어지는 라데팡스에 있는 곳이었다. 신도시이지만 대성당(Nanterre Cathedral) 주변으로는 오랫동안 살아온 분들이 가꾼 마을의 정취도 남아있는 곳이었다. 

그날도 비가 내리는 날씨에 지하철역에 내려서 숙소로 가고 있었다. 비가 내리니 이른 오후인데도 날은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점퍼에 있는 모자는 쓰고 신호등을 기다리느라 서 있는데, 한 고운 할머니가 우리 곁에 서면서


"호호호, 알로윈? "


이라며 계속 웃으신다. 프랑스어를 조금밖에 모르는 우리는 의미를 헤아리느라 머리를 굴렸다. 할머니가 웃으시니 우리도 미소를 띄고 


" ... "


뭐라고 하는지 다시 여쭈어 보려는데 할머니는 내게 살짝 몸을 기울이더니


"벨... 트레 비엥..."


이라고 하셨다. 잘했다, 예쁘다고 하시는 것 같은데 다 이해를 못했다. 신호등이 바뀌어 할머니와는 헤어졌다.


숙소 앞에는 자주 들르는 카페가 있어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들어갔다.  밀크커피(Café au lait)와 크로와상(Croissant)을 주문하고 거리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거리는 어두워졌고 사람들도 바삐 집으로 돌아가는데 우리만 카페에 앉아있어 한적했다.

그때 적막을 깨고 갑자기 아이들이 한꺼번에 카페로 들어왔다. 그것도 괴상한 분장과 옷을 입고. 아! 맞다, 오늘이...  아! 그렇구나...  아! 그랬구나. 우리 입에서는 이제야 모든 걸 알겠다는 감탄사가 나왔다.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 할로윈데이였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바삐 집으로 가고 있었구나! 아, 그래서 할머니가 우리에게 "알로윈?"이라고 하신 것이구나! (프랑스어에서는 'H' 발음을 하지 않아서 할로윈을 알로윈이라고 발음한다.)그리고 우리에게 예쁘다, 잘했다고 말한 것은 윈드자켓 색깔이 노란빛에 약간 호박색으로도 보이는 점 때문이었던 같았다. 할머니는 우리가 할로윈을 위해 차려입은 옷으로 착각하시고 칭찬해 주셨던 것이다. 결국 할머니가 얘기한 내용은 


호호호, 할로윈데이 때문에 차려입은 거니? 예쁘네


우리는 이제야 할머니의 말뜻을 다 이해하고 배를 잡고 웃었다. 우리나라 관광객의 옷차림은 금방 알아볼 정도로 너무 원색적이라고 하더니 우리 옷차림이 그랬나보다. 그래도 할로윈 복장으로 보였다니 너무 했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할로윈 복장의 예쁜 아이들은 카페에 계속 들어왔다. 그러면 주인 아저씨는 미리 준비한 사탕과 초콜릿 바구니를 꺼내와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아저씨와 우리는 눈이 마주치자 서로 웃었다. 즐거운 날이다. 밖을 보니 귀여운 아이들이 한 무리씩 가게를 다니며 저마다 준비한 할로윈 복장을 뽐내고 다녔다. 아저씨는 빵을 만들다 아이들이 오면 기쁘게 사탕을 나누어 주었다. 나누어주는 사람은 흐뭇해하고 사탕을 받은 손은 신나서 팔짝팔짝 뛰게 만들었다. 우리가 카페를 나가려는데 또 한 무리의 아이들이 들어왔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호호호, 봉 알로윈~! (호호호, 즐거운 할로윈이야!)




*[ Halloween ]은 영국과 미국에서 비롯되었는데 매년 10월 31일날이다.  이날은 죽은 영혼이 되살아나서 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유령이나 마녀, 괴물의 복장을 하고 다닌다.할로윈데이에는 늦가을 수확한 황금색 호박을 도려내고 촛불을 밝히는  Jack-o'-lantern (호박 등불)을 만들고, 마녀 복장을 아이들은 집집마다 돌며 Trick or treat! (맛있는 것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야)라고 말한다. 어른들은 미리 사탕과 초콜릿을 준비하여 다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가톨릭 문화권에서 할로윈은 All Saints' Eve ([모든 성인의 날]의 전날)이다.


*[ All Saints' Day ]는 모든 성인을 기리는 축일로 매년 11월 1일이다. 천국에서 하나님과 영광을 누리는 성인을 본받고자 하는 다짐의 날이기도 하다. 성당에서는 기념 미사를 드리고 성인에게 꽃과 촛불을 바치며 즐거워한다. 이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을 제외하고 유럽 나라의 대부분과 남아메리카 대륙의 나라 등 많이 있다.


*[ All soul's day ]은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을 기리는 날로 매년 11월 2일이다.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날이다. 역시 꽃과 촛불을 바치며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며 모든 성인의 날과 같이 공휴일로 지정된 가톨릭 문화권의 나라들이 많이 있다. 


>>> 할로윈(Halloween)의 내용은 위키백과 내용을 참조하였습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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