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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OS Aug 24. 2020

" 표 검사하겠습니다."


5편 : Czech, Praha - " 표 검사하겠습니다."


프라하 시내의 트램바이 내부


서유럽을 여행하던 중 여행 동선을 맞추다 보니 체코 프라하를 거치게 되었다. 단지 며칠동안의 체코 여행이지만, 서유럽을 여행할 때와의 다른 점이 많았다.  


우선 화폐가 달랐다. 유럽연합에 속한 국가들은 모두 유로화(EUR)를 사용했기 때문에 여러 나라를 다니더라도 환전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체코는 코루나(CZK)라는 화폐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환전과 환율에 신경을 써야 했다. 우리는 프라하에 도착하자 마자 환전소부터 찾아갔다. 프라하 중앙역(Praha Hlavní Nádraží)에서 가까운 곳에 바츨라프 광장(Václavské nám.)이 있다. 이곳이 구시가지 중심지로 여행객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몇몇 환전소들이 여행객을 기다린다. 우리도 오랫동안 줄을 서서 유로화를 코루나로 바꾸었다. (1유로는 1300원, 1코루나는 50원 / 2019. 11월 기준)

다음은 숙소로 가는 전차(Tramvaj)를 타기 위해 승차권을 사야 한다. 보통 승차권을 판매하는 기계에서 구입할 수 있고, 만일 없을 경우에는 담배가게(Tabák Market)나 릴레이마트(Relay)에 가면 살 수 있다. 우리는 이리저리 헤매이다가 다행히 티켓을 구해 숙소로 가는 전차를 탔다. 


체코어는 발음하기도 어렵고 글자를 읽기도 어려워 우리는 전차를 타자마자 긴장하였다. 정류장 이름을 알려주는 안내판을 찾아 가까이에 앉았다. 그런데 앉자마자 다음 정류장 문이 열리며 작은 가방을 옆으로 맨 아저씨가 두 명 탔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 있었는데 전차 문이 닫히자 갑자기 "Ukažte mi svůj lístek"라고 말을 했다. 체코어를 모르는 우리는 무슨 일인가 하고 있는데 가방 안에서 작은 기계를 꺼내 승객들에게 한 명 한 명 다가갔다. 검표원 중 한 명은 다음 칸으로 갔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보니 승객들이 티켓을 꺼내 보여주었다. 언뜻 여행 가이드 책에서 읽은 듯한 검표원을 만난 것이다. 그것도 프라하에 도착하자마자 처음으로 승차한 트램바이에서 말이다.


우리에게 다가온 검표원은 ""Ukažte mi svůj lístek(티켓을 보여주세요.)"라고 했다. 우리는 손에 꼭 쥐고 있던 1회권을 자랑스럽게 검표원에게 보여 주었다. 그는 우리에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티켓을 돌려 주었다. 우리는 서로 눈짓으로 다행이라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힘들게라도 티켓을 구입하고 타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는 사이, 우리 바로 옆 좌석에 앉아 있던 청년 두 명이 검표원에게 걸렸다. 그들도 외국 관광객인 것 같은데 표를 구입하지 않고 탄 것이다. 두 사람과 검표원은 이야기를 나누더니 전차가 다음 정류장에 멈춰 서자 같이 내렸다. 전차 안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전차 문이 닫힐 때까지 쳐다보니 그들은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 벌금을 내게 되겠지. 전차가 시내를 통과해 가는 중에도 가슴이 뛰었다. 갑자기 티켓을 검사하는 게 우리와는 다른 문화여서 실제로 당해보니 몹시 긴장되었다. 여행가이드 책에서도 사실 여행 도중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다고 적혀 있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후에 여행하는 동안 티켓을 사러 갔을 때 현지인들조차도 그렇게 말하고는 했다. 하지만 우리는 체코에 있는 동안 두 번이나 검표를 당했다. 역시 티켓이 없어 불심검문에 걸린 사람은 또 있었다. 


체코에서는 무임승차하는 사람들 때문에 티켓을 검사하는 검표원이 있다. 체코는 2014년부터 무임승차하는 시민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벌금제도를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무임승차하는 시민은 
매달 무려 1만 8천명 정도라고 한다.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검표원이 불시에 검사해서 만일 티켓이 없다면 벌금을 내야 한다. 시기와 장소는 예측할 수 없고 사복 차림으로 다니기 때문에 구분이 잘 안된다고 한다. 벌금제도은 무척 강력한 편이다. 90분 안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1회권이 32코루나, 3달 학생 정기권이 720코루나이다. 그런데 벌금은 800코루나이다. 그리고 만일 기한 내에 벌금을 내지 않으면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1500코루나의 벌금을 내게 된다. 한화로 따지면 1700원 정도의 1회권 티켓을 깜빡하고 사지 않고 트램바이를 탔다면 최악의 경우 80,000원이 넘는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강력한 벌금제도와 불심검문이 있기까지 얼마나 골머리를 앓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요즘은 은근히 외국 관광객들이 무임승차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반 시민도 눈여겨 보지만 여행객들에게 티켓을 보여 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늘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중심지를 좀 벗어나면 티켓을 사는 일이 상당히 불편하다. 티켓을 넣고 통과하는 시설도 없어 애매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당연히 티켓을 구입해서 여행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큰 코 다치는 수가 생길 수 있다.


우리는 티켓을 사서 자랑스럽게 티켓을 내미는 재미가 붙어 트램바이를 탔을 때 검표원이 없으면 좀 심심했다. 마지막 프라하를 떠나는 날 버스터미널로 가는 트램바이에서도 검표원을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도착한 베를린에서 우리는 월요일마다 검표원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다. 


"검표원 아저씨,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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