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계절

평생 동안 봄을 기다릴 수 있는 이유

by 손서율


벚꽃비가 내리는 봄 매일 저녁 집 앞 하천으로 조깅을 하러 나갔다.


사실 조깅은 핑계였고 벚꽃이 져버리기 전에 하루라도 더 눈에 담아 놓아야 했다.


그제까지만 해도 나뭇가지가 휠 듯이 탐스럽게 만개한 벚꽃잎들이 이틀 만에 반절 가까이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나의 아름다운 35번째 봄은 고작 2주 만에 끝나간다.


야속한 만큼 아련하고 아련한 만큼 귀하다.




그때 앞에 걸어가던 아저씨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리고는 열심히 벚꽃을 찍기 시작했는데 앵글이 마음에 안 드셨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그에게 오늘은 60번째 봄 정도 되겠지?


60번째 봄인데도 벚나무 앞을 한참 동안 떠나지 못하는 그를 보며 깨달았다.


"이 찰나의 계절 덕분에 우린 평생 봄을 기다리며 살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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