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삶은 지금의 취향들로 창조되어 있다
친구 S는 미혼 때부터 유독 남자복이 좋았다.
그녀가 만나는 남자는 대부분 건실하고 다정다감한 훈남들이었다.
S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남자 또한 이변은 없었다. 그녀는 가정적이고 다정한 훈남 파일럿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덕분에 지금도 변함없이 평온하고 알콩달콩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너는 남자복이 참 좋아~"
"응 난 남자복 하나는 타고난 것 같아"
문득 인성 좋고 훈훈한 남자들만 쏙쏙 골라서 만나는 S의 비결이 궁금해졌다.
S가 태생부터 남자복이 좋은 팔자여서 만나는 사람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으나, 그녀와 대화를 나눠보니 단순히 운이 만들어낸 결과값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S의 이성관 안에는 "인성이 좋고 다정한 남자"라는 명확한 취향이 있었다.
거기에 어긋나는 사람은 애초부터 시작조차 하지 않았고 설사 모르고 시작했다고 해도 단박에 마음 정리를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선이 있었다.
그녀의 순탄하고 행복한 팔자는 결국 자신의 뚜렷한 취향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S의 이야기를 들으며 취향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고찰해 보았는데
취향은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온 인생의 저변에 깔려있는 근본적인 틀이었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창조하게 될 인생의 중요한 방향키였다.
신분제가 사라진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인생이 존재한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가 전혀 다른 인생을 살기도 하고, 같은 반을 졸업한 친구가 사회로 나가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기도 한다.
그렇게 인간의 인생은 각자 여러 갈래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데 그 갈래에는 개인의 취향이 절대적으로 반영된다.
현재 나의 삶을 둘러봐도 과거의 취향대로 창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 내가 살고 있는 집, 내 옷장 속을 가득 메운 옷, 내가 매일 먹는 음식들은 지극히 나의 취향대로 채워진다.
취향에 따라 자주 머무르게 되는 장소가 결정되고, 그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연스레 나의 인간관계 안으로 스며들며 그들 중에 최측근이 된 사람들 또한 나의 취향과 가장 잘 맞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가치관을 교류하는 과정에서 나의 가치관도 같은 색으로 물들고 그 가치관은 인생관으로 굳혀지며 삶의 지표가 된다.
다양한 형태로 자리 잡은 개개인의 인생을 존중하지만 삶의 질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를 획득해야만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하나,
나는 "부" 보다 얼마나 "건강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억만금을 가진 부호가 취향이 건강하지 못하면 마약과 색에 찌든 난잡한 삶을 살게 되고
평범한 소시민이 건강한 취향을 가지고 있으면 적은 돈으로도 충분히 우아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취향부터 바꾸어야 한다. 음지에 있는 취향을 양지로 끌어올려 건강한 방향으로 바꾸어야 하고, 거기서 좀 더 가치 있고 우아한 취향까지 추가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춘다면 삶은 더할 나위 없이 윤택해진다.
취향을 바꾸면 내가 머무르는 장소가 바뀌고 인간관계가 바뀌고 인생관이 바뀌고 직업이 바뀌고 건강까지 바꿀 수 있다.
나는 주기적으로 현재 나의 취향의 방향성을 체크한다. 나라는 인간은 사색하고 글을 쓰는 걸 즐기지만 음주 또한 즐기는 양극의 취향을 가지고 있으니 현재 나의 취향은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수시로 체크해 봐야 한다.
취향의 방향성을 체크할 때 가장 유용한 방법은 이번 달 카드 명세서를 확인하는 거다. 소비내역은 개인의 취향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척도다.
만약 수중에 100만 원이 들어온다면 누군가는 3개월치 자기 개발비에 투자하고 누군가는 하룻밤 유흥비로 탕진하는 것처럼 같은 금액으로도 취향에 따라 이렇게나 다른 소비를 추구한다.
그러므로 신용카드 명세서만큼 그 사람의 취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건 없다.
우리는 취향의 방향키를 단단히 부여잡고
건강하고 우아하며 가치 있는 쪽으로 가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체크해 봐야 한다.
"미래의 삶은 지금의 취향들로 창조되어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