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마음속에 미움을 품지 않는 신박한 비법

by 손서율


"걔는 지나가기만 해도 너무 싫고 거슬려"


"여우짓 하는 거 봤어? 진짜 가증스럽지 않아?"


"쓸데없는 일에 집착하는 거 보면 병신 같고 꼴보기 싫어"


요즘 내 귀를 거쳐갔던 험담들이다. 나는 그들의 험담에 동조하는 대신 침묵을 택했고 험담이 내뿜는 부정적인 파동 에너지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재빨리 한 귀로 흘려보냈다.


사람들은 본인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도 모른 채 "미움"과 "증오"를 쉽게 가슴에 품는다.


미움이라는 감정을 품는 건 뜨거운 불덩이를 삼키는 행위와도 같다. 미운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은 나를 거슬리게 하고 분노하게 만들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불덩이가 되어 내속을 새까맣게 태운다.


증오심으로 가득 채운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 본인은 뜨거워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미워하는 사람의 작은 실수 따위로 통쾌해하는 사람을 지켜보며 참으로 어리석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분노에 휩싸인 인간은 자기 스스로 자신을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물론 살다 보면 극한의 철천지 원수를 마주칠 때도 있다. 생계에 직접적인 지장을 주거나, 가족을 해하려 하거나, 다방면으로 내 인생을 망치는 인간 등등..


나 또한 원수를 사랑하는 경지까지는 오르지 못했지만 철천지 원수가 아닌 이상, 미움이라는 감정을 앵간하면 품지 말자는 게 요즘 나의 삶의 신조다. 원수를 위해서? 오로지 나를 위해서!


그러나 미워하는 감정을 품지 않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세상에는 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이상한 인간들이 너무 많으니까!


어느 날 주변 지인들에게 나는 어떤 인간인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 지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너는 모든 사람들이랑 두루두루 잘 지내 그게 참 신기했어"라고 대답했다.


그들의 말처럼 나는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과 별다른 트러블 없이 두루두루 잘 지내는 속편한 인간이다.


누구보다 예리하고 까다로운 내가 속편한 인간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미움을 품지 않는 나만의 신박한 비법 덕분이었는데 그 비법을 이제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미움을 품지 않는 나만의 신박한 비법}


1. 이상한 인간을 시트콤 등장 인물화 시킨다.


옛날에 MBC에서 방영했던 "거침없이 하이킥"이라는 시트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각의 독특한 캐릭터가 우습고 귀여워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막상 이 캐릭터들을 시트콤이라는 프레임에서 꺼내어 현실화시켜보면 웬만한 진상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피곤한 인물들이다.


야동순재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던 이순재 선생님의 캐릭터를 현실에서 마주한다면 가부장적이고, 잘 삐지고, 물질 만능주의에 흥분하면 발길질부터 나가는 폭력적인 인물이다.


호박고구마로 웃음을 주었던 나문희 선생님 캐릭터 또한 현실 세계에서는 의사 며느리인 박해미에게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어서 며느리의 사소한 행동에도 화병을 앓고 유치한 복수를 일삼는 못난 시어머니다.


큰 아들 역할인 정준하씨 캐릭터 또한 만만치 않다. 집에서 전업 주식투자자로 들어앉아있으나 부지런히 돈만 날리는 백수에 지나치게 낙천적이라 사기도 잘 당한다.


이런 인물들도 시트콤 속에서는 웃기고 귀엽기까지 한 캐릭터로 보인다. 이렇게 내가 사는 현실 세계에서 만나는 다양한 유형의 진상들을 캐릭터화하고 애정을 담아서 보다 보면 심지어 가끔은 귀여울 때도 있다.


이 비법을 알고부터는 "툭하면 삐지는 노답 꼰대 상사놈"에서 "오늘도 삐져버린 귀여운 영감님"이 되었고,


"융통성도 더럽게 없어서 툭하면 반려시키는 미친ㄴ"이었던 재정팀 직원이 "직장 놀이에 심취한 반려매니아"로 순화되었다.




2. 사람의 단점에는 반드시 함께 따라붙는 장점이 있다.


도통 자신의 속내를 보여주지 않고 음흉한 사람은 입이 무거워 비밀을 비교적 잘 지켜준다는 장점이 있고, 입이 가벼워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는 사람은 엄청난 정보를 종종 가져다줄 때가 있다.


쪼잔하고 잘 삐지는 사람은 그만큼 감정선이 세심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기분을 살피고 보듬어 줄줄 알고, 무심해서 내 기분은 잘 모르지만 굵직굵직한 선을 가진 사람들은 가끔 규모가 큰 실리적인 도움을 준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은 자신의 속내를 감출 줄 몰라 오히려 순수하다. 자기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있는 힘껏 좋아해 준다.


직설화법으로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내 편이 된다면 내가 부당한 일을 겪을 때 대신 총대를 메고 시원하게 질러준다.


이렇게 그 사람만의 단점에 세트로 따라붙는 장점을 먼저 보려고 한다면 미워하는 감정을 품을 일이 거의 없다.




3. 사람의 가치관은 생김새만큼 다양하다는 걸 인정한다.


범법행위를 제외한 사소한 분란들은 대부분 개개인의 입장 차이다. 양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래 너도 그럴만했고 쟤도 저럴만했네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군가와 갈등이 생기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최대한 생각해 보려 한다. 내 입장에서는 왜 저러나 싶은 행동도 그 사람의 시야에서는 분명 이유가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가정교육과 환경 속에서 자라와서 모두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의 가치관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면 그 사람이 처한 환경과 성장과정을 대입해 본다. 내 눈에는 비정상적으로 화를 내는 이상한 인간도 알고 보면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마음이 아픈 사람일 수 있으니


이렇게 다각적인 각도에서 상황을 이해해 보려는 습관을 들인다면 타인을 헤아릴 수 있는 그릇이 훨씬 커진다.




나는 이 세 가지의 나만의 비법으로 미움과 분노의 불덩이에서 자유로워졌다.


덕분에 오늘도 속편한 인간이 되어 평안한 하루를 누릴 수 있었고


한때는 증오했고 미워했던 인간들이 지금은 귀인이 되어 함께 웃음을 나누는 기적을 이루었다.


이렇게 마음 한끗 차이로 인생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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