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어르신들의 치열한 하루
퇴근길 지하철에서 누군가 우악스럽게 내 팔을 밀치며 지나갔다.
"악!"
나는 팔을 감싸 쥔 채 황급히 돌아보았는데
노인이다.
노인은 마치 나의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고, 주변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인파 속을 거칠게 헤집으며 빠른 걸음으로 지나갈 뿐이었다.
무엇이 그리 바쁘신 걸까?
[버스가 완전히 정차하기 전에 절대로 일어서지 마세요]
온통 경고 문구로 도배된 버스 안에서도 기어이 먼저 일어나 내리는 문 계단 아래로 내려가 위태롭게 서있는 사람 또한 노인이다.
버스 기사님이 한소리 하시려고 휙 돌아보고는 노인인 걸 확인하고 포기하신 듯 서행한다.
노인, 노인, 또 어김없이 노인
노인이 되면 주변을 살피는 능력이 사라지는 걸까?
나도 30년이 지나면 배려를 모르고 사는 무례한 노인이 되어있을까?
오랜 시간 동안 출퇴근길에서 수많은 노인들을 지켜보며 들었던 의문이었다.
며칠 전, 친구 K와 술 한 잔 하고 함께 택시를 잡아 집으로 가던 중에 택시 기사님에게서 수년간의 의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
K는 아버지가 나이를 드시니 여성스러워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감기에 걸리셔서 우시는 건 처음 봤어 나이가 드시니까 여성 호르몬이 많아져서 예민하신가 봐"
"감기에 걸리셔서 우셨다고? 진짜 감수성이 예민해지시는 건가?"
그때 우리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택시 기사님이 말씀하셨다.
"아파서 우시는 게 아니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외로움에 우셨을 거예요"
우린 택시 기사님의 한마디에 숙연해졌다.
택시 기사님은 핸들을 잡은 채 조곤조곤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면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빨리 걸어야 한다는 조급함에 걸음이 앞으로 쏠리게 돼요 그래서 어르신들 신발 사드릴 때는 한 치수 크게 사주세요 발가락이 쓸릴 수 있거든요
두 분은 아직 젊으셔서 모르시겠지만 제가 60이 넘어보니 이제서야 조금씩 알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빨리 걸으셔야만 했고, 왜 그렇게 말부터 앞서 나갔는지 말이에요
예전처럼 신체가 자유롭지 못하니 혹여나 놓쳐버리지는 않을까 압박감이 있으셔서 그런 거였어요"
어리석게도 나는 노인들의 우악스러움에 눈살을 찌푸리기만 할 뿐 신발 속 쓸린 발가락들을 알지 못했다.
그날의 택시 기사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30년이나 더 살고 나서야 알 수 있었겠지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의 치열한 하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