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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서율 Oct 21. 2022

무례한 사람을 이기는 방법  

자신을 지키는 공포탄 한 발 정도는 지니고 살아야 한다


친구 H는 며칠 전 소장에게 선 넘는 발언을 들어 분노에 휩싸였다.  


"H씨 남자친구랑 여행 갔던 사진 좀 보여줘 궁금해~"


친분이 있지도 않은 상사에게 사적인 사진을 보여주는 게 망설여졌던 H가 우물쭈물하자


"왜 안 보여줘? 혹시 유부남 아니야?" 라고 되묻더란다.


대체 어떤 뇌 구조를 가졌으면 이런 무례한 멘트를 생각해낼까 싶으면서도 H의 친구 입장으로서 상당히 기분이 언짢았다.




H는 소장이라는 직함에 눌려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고 예상치 못하게 훅 들어온 무례한 말에 당황스러운 나머지 억지웃음으로 상황을 모면했다.  


이렇게 보통의 사람들은 상사에게 무례한 말을 들으면 당황하며 H처럼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말"이라는 속성은 글과 달라서 순식간에 공기 중으로 증발해 버리기 때문에 그 상황을 지나쳐버리면 증거조차 남지 않는다.


결국 남는 건 피해자의 분노와 상처뿐이다.


그러므로 무례한 사람을 대처하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팁은 "현행범으로 검거" 하는 거다. 상대가 무례한 말을 내뱉는 순간 곧장 대응사격을 해야 현행범으로 잡을 수 있다.


"왜 안 보여줘? 혹시 유부남 아니야?"

"소장님, 방금 한 말은 상당히 무례하신 것 같은데요?"


화려한 언변이 없어도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

누가 봐도 무례한 상황에서 무례하다고 정의하는 거니 반론할 수도 없다.


만약 상대가 안하무인으로 "그게 뭐가 무례하냐" 라고 나온다면 그냥 말없이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된다.


백 마디 욕보다, 이렇게 단호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한다면 도리어 무례한 사람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누가 봐도 저 사람은 이상한 거고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 된 거니까.


이렇게 상대의 이미지가 실축된 현장에서 주변에 관중까지 있어준다면 더 나이스 한 완승이다.  




만약 무례한 사람을 현행범으로 검거하지 못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H가 후에 이 사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다면

도리어 H에게 그땐 함께 웃어놓고 왜 뒤에 가서 딴소리하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이렇게 타이밍을 한 번 놓치면 사과받기 더 어려워지고

한번 선을 넘어봤는데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걸 보면 상대에게 이미 만만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다음번에도 타깃이 될 확률이 높다.


무례한 상대가 어려운 상사라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 봐 대응사격을 하지 못한다면 사태는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해진다.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은 이런 지속적인 괴롭힘에는 먹히지 않는 이야기다.


만약 순간적인 대처능력과 말빨이 없어 받아치는 게 어렵다면 

"방금 한 말은 상당히 무례하신 것 같은데요?" 와 같은 준비된 멘트 하나만 가슴속에 장전해 놓고 살자.


누구나 자기 자신을 지키는 공포탄 한 발 정도는 지니고 살아야 한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H는 나보다 훨씬 친절한 사람인데 주변에 적이 많다는 거다.


그녀는 항상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배려하며 자신이 내키지 않는데도 분위기의 흐름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반면, 나는 평소에는 친절하지만 선을 넘는다면 단호한 대응사격이 가능하다.


H의 일상에는 무례한 사람들이 많고

나의 일상은 평화롭고 고요하다.


이건 내가 특별히 운이 좋은 게 아니라,

무례한 사람들은 자기 방어용 공포탄을 지닌 사람을 귀신같이 알아보고 피해 가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발 뻗을 수 있는 곳을 본능적으로 안다.




나는 H의 손에 공포탄을 쥐여주었다.


이제 H에게 남은 과제는 무례한 사람에게 공포탄을 쏠 수 있는 용기이다.  


그녀가 꼭 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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