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상사에게 대응하는 직장생활 꿀팁
나는 회사에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 그동안 상사들에게 들어온 일괄된 평가는 '할 말 다 하면서 예쁨 받는 직원'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사회 초년생일 때는 상사의 무례한 지시를 거절하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그로 인해 억울한 일들이 참 많았다. 지금은 크게 분란을 만들지 않고 요령껏 거절하는 지혜가 생겼다. 그러나 얕은 요령이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없다. 무례한 상사와 정면 돌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은 반드시 생긴다. 그런 경우에는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단, 거절하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다. 나의 발언권이 그 조직에서 공신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공신력이란 즉 공적인 신뢰이다. 내가 그 조직에서 신뢰를 받는 인물이 되어야만 내가 내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공신력이 없는 사람의 목소리는 정당한 거절이어도 무시와 비난을 받는다.
예를 들어 평소에 불성실한 태도로 근무하던 직원에게 상사가 지극히 개인적인 업무를 지시했을 때 그 직원이 단호하게 거절한다면? '저 자식은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심부름마저 안 한다 하네? 아무것도 안 할 거면 집에 가야지 여기 왜 나와?' 상사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고 조직 내의 사람들 또한 이 생각에 동의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단호한 거절만 알고 그에 따른 '필수적인 조건'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내가 상사에게 할 말을 다하고 예쁨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평소에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지금도 자발적으로 업무 한 시간 전에 출근하여 커피를 내리고 간단히 싸온 아침을 먹으며 전날 퇴근한 이후에 쌓여 있던 메일에 회신을 한다. 출근 정시에 바로 업무 대응이 가능하게끔 준비하는 과정이다.
요즘은 코로나 시대로 재택근무를 권장한다 하지만 재택을 하게 되면 대응이 느려지고 확실히 뒤에서 말이 많다. 말 나올 바엔 출근해서 사무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성실함은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판단력이 흐리고 일머리가 없으면 신뢰 또한 얻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인성이 올바르고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 나는 올해 이직을 하면서 전에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게 되었는데 보통은 퇴사하는 날 일찍 정리하고 들어가지만 나는 퇴근시간까지 남아 회의실에 들어간 사람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결국 나와 함께 일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얼굴을 비추고 인사를 돌렸다. 이렇게 기본적인 예의와 도리에 마지막 날까지 충실했다.
조금 답답한 FM 같지만 이건 나와 약속한 원리원칙이었다.
'나는 주변에서 평이 좋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대신 부당하다고 느끼는 행동 앞에서는 예의를 전혀 갖추지 않았다.
어느 날, 차장님이 내 자리로 오시더니 개인적인 우편물을 건네며 우편을 부치고 오라고 지시했다. 나는 "제가요? 우선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받은 뒤에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부치지 않았다. 이틀 뒤에 그 차장님은 내 자리로 오시더니 내가 생각이 짧았다고 사과하며 우편물을 도로 가져가셨다.
어떤 날은 우리 팀에 팀장님이 새로 오셨는데 매일 같이 법인카드로 지인들과 비공식적인 회식을 했다. 당연히 한정되어 있는 예산은 금세 동이 났고 그 당시 예산 담당자였던 나는 예산이 없으니 사용을 자제하라고 말씀드렸지만 품의서를 따로 써서 예산을 추가받으면 되지 않느냐라는 식으로 막무가내였다.
이틀 뒤, 상무님, 팀장님과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나는 상무님께 운을 띄웠다.
"상무님, 우리 팀에 상무님이 한 분 더 계신 거 알고 계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상무가 또 있다니?"
(앞에 팀장님을 가리키며)
"저희 팀 또 다른 상무님이세요 예산을 상무님처럼 쓰시거든요"
"뭐야? 서 팀장 도대체 얼마나 쓰면 이 선임이 이런 소릴 해?"
"죄송합니다 상무님 조금만 쓰겠습니다."
그 자리 이후로 팀장님에게 미움을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오죽하면 이 선임이 그런 소릴 했겠어"라는 여론이 대부분이었고 그날 이후로 팀장님은 법인 카드를 예산에 맞추어 사용하셨다. 그리고 내가 퇴사하던 날 사람들이 나에게 써준 롤링 페이퍼에 "이 선임님 그동안 물정 모르고 부족했던 저희들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팀장님의 글씨가 적혀있었다.
나중에 들은 후일담인데 그날 저녁식사 이후로 팀장님은 상무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린 걸 매우 자랑하셨다고 한다..ㅋㅋ
이렇게 나라는 올바르고 굳건한 탑을 먼저 세워두어야 주변에서 무례한 행동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