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만난 또 다른 나의 춘자 씨

[100-018]

by 손샤인

오늘 진료에 ‘김춘자 님’라는 이름이 불렸다. 그 순간 마음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우리 엄마도 김춘 자였으니깐 이름 하나만으로도 사람 마음은 때때로 오래된 기억을 불러올 때가 있다. 환자분이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이유 없이 가슴이 조금 조여드는 느낌을 받았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분인데도, 이상하게 그분에게서 엄마의 향기가 났다. 눈빛의 방향, 말의 높낮이, 손끝을 가만히 올렸다 내리는 그 작은 동작들까지도 모두 엄마가 떠올랐다. 물론 그분은 나의 개인적인 감정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이분에게 내가 가진 친절을 최대치로 꺼내 드리고 싶다는 걸. 아마도 나는 이런 방식으로라도 엄마를 기억하고 싶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엄마가 떠난 뒤로 나는 일상 속에서 작은 단서를 찾듯 살아왔다. 비슷한 향기, 낯익은 손동작, 혹은 이름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건 그만큼 아직 엄마가 내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이겠지. 진료가 끝나고 그분을 배웅하면서 괜히 더 따뜻한 말이 나갔다. 그분이 돌아서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마음 한쪽이 조용히 젖어들었다. 엄마는 이제 곁에 없지만,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 작은 순간 속에서도 여전히 나와 함께 살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더, 엄마가 보고 싶다.

#책과 강연#책강대학#백일백장 2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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