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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단 한 번도, 정말 딱 한 번도 산 김을 아빠 상에 올리지 않으셨다. 어릴 때부터 나는 늘 부엌 한쪽에서 김 한 장 한 장에 참기름을 수저 등으로 바르는 엄마의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은 지금 생각하면 거의 의식이었다. 조용히, 그러나 아주 결연한 표정으로 김을 늘어놓고 참기름을 묻혀 반짝이게 만든 뒤, 소금 한 꼬집을 ‘예술적 감각’으로 흩뿌리시는 그 손길. 그렇게 여러 장을 재워두셨다가 마지막엔 꼭 숯불을 피워 앞뒤를 노릇하게 구워내셨다. 아빠 입맛이 까다로워서 이렇게 해드려야 잘 드신다며, 엄마는 늘 ‘아유, 또 맛있다 하시겠네’ 같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곤 하셨다. 그 모습이 너무 익숙해서, 나는 어릴 때 김은 원래 숯불에 구워 먹는 요리라고 믿었다. 그런데 크고 보니 다들 생김을 그냥 뜯어먹더라. 그걸 보고 나는 약간의 문화 충격을 받았다. “어? 김이 그냥 먹는 거였어?” 싶은. 나는 이제껏 한 번도 엄마처럼 김을 구워본 적이 없다. 숯불을 피우는 일도 일이지만, 엄마처럼 정성 들여 참기름을 바르는 그 마음 자체가 내겐 아직 너무 높은 난도다. 요즘 마트에 가면 김이 종류별로 얼마나 잘 나오는지, 패키지도 멋지고 ‘프리미엄’이니 ‘명가’니 하는 이름을 달고 반짝거리는데, 그런 김들이 가득 쌓여 있는 걸 보면 문득 엄마 생각이 난다. 나는 편리함을 택해 산 김 봉지를 뜯어먹으면서도, 언젠가 나도 엄마처럼 참기름 바르고 소금 뿌리고 숯불 위에서 김을 뒤집는 날이 올까 생각한다. 아마 그날이 오면, 김 굽는 건 기술보다 마음이 먼저라는 걸, 그리고 엄마가 아빠 한 사람을 위해 쏟아온 그 정성이 얼마나 대단한 사랑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될 것 같다. 물론 그날이 오늘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숯불 피우기 전에 내 체력이 먼저 꺾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언젠가는… 언젠가는 나도 엄마처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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