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시점 패러디
아… 우리 집에는 특이한 전통이 하나 있다.
아내의 생일은 ‘몇 달 전부터 시작된다’는 것.
나는 아직 계절도 안 바뀌었는데
아내는 이미 생일 선물 얘기를 시작한다.
“오빠~ 어차피 일찍 받으면 더 행복하잖아?”
이 말이 들리는 순간,
나는 자동으로 입을 막아야 한다.
“당신 그날 또 선물 달라고 하잖아…”
경험에서 나온 생존의 멘트다.
사실 더 웃긴 건, 선물도 대부분 아내가 직접 고르고,
사고, 내 카드로 계산까지 한다는 점. 그리고 팔찌, 가방 기타 등등 내 앞에 들이밀며 말한다.
“오빠가 사준 거야~ 고마워”
… 나는 그냥 오늘도 호구 같은 표정으로 “그래…” 한다.
그 모습이 귀여우며 무서우니깐…
올해는 내가 원하는 날짜에, 내가 고른 걸로 선물을 하래서 오… 드디어 나도 주도권이 생기나? 싶었다.
그러던 며칠 전, 아내가 ‘늦게 읽은 생일 편지 사건’을 꺼냈다. 그리고 나는 몇 년 동안 편지를 잘 안 썼던
내 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사실…
예전에 내가 정성 들여 쓴 편지가 휴지통에 버려진 걸 우연히 봐버렸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날 마음이 좀 아팠다. 그래서 편지를 조금 덜 쓰게 됐다.
그랬더니 아내가 말했다.
“내가 설마 그걸 버렸겠어? 말을 했어야지!
그걸 혼자 가슴에 품고 어떻게 살아??”
근데 말이다… 그때 말했으면 나는 화를 냈을지 몰라
그냥 조용히 삼켰다.
아내는 모르는 것 같지만 나는 여전히 글을 쓰는 것도,
아내가 편지를 좋아하는 것도 안다.
그리고… 아내가 미안해하는 얼굴도 나는 꽤 좋아한다.
내년 생일 선물? 아니 크리스마스가 있지….
암튼, 날짜 맞춰서 잘 준비해 둘 생각이다.
아내가 또 “오빠~ 선물?” 하고 물어볼 테니까.
그게 우리의 리듬이다.
웃기고, 귀엽고, 어쩐지 놓칠 수 없는 리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