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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담배는 못하니까 끊을 필요도 없다. 애초에 시작도 안 했으니 내려놓을 것도 없다. 그런데 정작 나이가 들수록 더 고약하게 달라붙는 게 있다. 화내는 습관이다. 예전엔 욱해도 금방 풀렸는데, 요즘은 감정의 꼬리가 길다. 작은 일에도 마음이 툭 하고 부딪히고, 별것 아닌 말에도 마음이 스크래치 난다. 그러고 나면 늘 후회한다. ‘내가 왜 저렇게까지 말했지?’ ‘그 정도로 화낼 일이었나?’ 그런데도 다음날 같은 상황이 오면 또 비슷하게 반응하는 나를 발견한다. 사람이 이렇게 일관성이 있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갱년기 탓이라고 밀어두기엔 뭔가 찝찝하다. 사실 잘 알고 있다. 내 안의 어린애가 아직도 성질을 못 놓는다는 걸. 어른이 되지 못한 채, 다 큰 몸에 숨어 있는 작은 아이가 아직도 서운해하고 억울해하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는 걸. 그래서 요즘은 화를 ‘끄는 법’보다 ‘덜 다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숨 한 번 더 들이쉬고, 말 한 번 더 삼키고, 마음을 한 발짝 뒤로 빼는 연습.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드는 다짐은 딱 하나다. 이제는 남에게 상처 주기보다, 나를 지키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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