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건너는 작은 몸들을 생각하며

[100-021] 설이&고디

by 손샤인

요즘 들어 유기견과 유기묘 이야기를 마주할 때마다 마음 한쪽이 자꾸 무너진다.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버려진 고양이 한 마리를 3개월 동안 돌보다 결국 구조했던 일이 오랫동안 남아 있다. 사람에게 버림받고도 다시 사람 손을 기다리던 그 아이를 바라보며, 나는 한동안 인간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그 이후 알고리즘은 연일 슬픈 사연을 쏟아낸다. 재개발로 집이 사라지며 죽어간 길고양이들, 종양을 달고 비틀거리며 돌아다니다 겨우 구조된 아이, 보호소에서 남은 시간만 기다리는 생명들…. 그런 장면을 보고 나면 하루가 무겁고 마음이 괜히 주저앉는다.


작은 기부를 하고 있어도 세상의 고통 앞에서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문득 ‘내가 아주 큰 부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생명을 지켜주고, 구조 활동가들에게 마음껏 손을 내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마음에서다. 연말이 다가오니 이런 감정은 더 깊어진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무거움은 나를 짓누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아직 따뜻한 사람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타인의 고통에 마음이 아프다는 것, 세상에 무심해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작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다는 것. 아마 이 마음의 통증은 ‘선함이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큰일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의미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내가 건넨 한 번의 밥, 한 번의 구조, 한 번의 기부가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버티게 해주는 작은 다리가 된다. 아주 작은 선의라도 반복되면 그게 결국 세상을 조금은 바꾸는 힘이 된다는 걸, 나는 그 아이를 통해 배웠다.


나는 언젠가 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사람의 손에 상처받지 않고, 그저 자연의 흐름 속에서 평온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굶주리거나 추위에 떨며 하루를 버티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의 속도로 살아가다 조용히 자연사할 수 있는 세상. 이 겨울도 무사히 견뎌내기를, 작은 몸으로 거센 계절을 이겨내는 그 아이들이 더 이상 불필요한 고통 없이 자기 생의 온도를 지킬 수 있기를. 세상이 조금만 더 따뜻해진다면 우리가 느끼는 죄책감과 무력감도 언젠가는 희미해질 것이다. 선한 마음이 모이면 결국 누군가의 겨울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나는 여전히 놓지 않고 있다.

#책강대학 #책과 강연 #백일백장 26기

작가의 이전글술·담배는 안 하지만, 화는 못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