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22] <세계의 주인>
영화 〈세계의 주인〉을 보고 나오는데, 마음 한쪽이 오래 울리고 있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좋다, 훌륭하다’로 표현할 수 없는 작품이다. 너무 예민한 문제, 너무 많은 이들이 피해자가 되는 현실, 그리고 그 뒤에 남겨진 가족들의 침묵과 고통을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똑바로 응시하게 만든다. 보는 내내 어쩌면 숨조차 편히 쉬지 못했다. 누군가의 삶이 이렇게나 쉽게 흔들리고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지켜보는 일뿐이라는 무력감이 밀려왔다. 동시에, ‘보고 나서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갈 수는 없겠다’는 묵직한 책임감이 가슴에 남았다.
영화는 피해자의 고통을 소비하지 않고, 누군가를 자극적으로 비난하지도 않는다. 대신 아주 작은 장면들, 눈빛 하나, 짧은 대사 하나로 우리가 외면해 왔던 현실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인간의 존엄이 얼마나 손쉽게 짓밟히는지, 상처가 어떻게 대물림되는지, 그 안에서 누가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지를 잔잔한 호흡으로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에게 수없이 묻는다. ‘나는 저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얼마나 안전한 세계에 서 있었던 걸까?’ 무섭고 아프면서도, 그래서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사회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영화를 본 것도 다행이었다. 우리는 상영관을 나오며 긴 말을 나누지 않았지만, 마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누군가는 반드시 말해야 했고, 누군가는 반드시 들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아무 일 없는 듯’ 살아가는 세계 뒤편에서 어떤 고통이 숨 쉬고 있는지, 잠시라도 멈춰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누군가의 고통이 조금은 덜 외로워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