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이 에세이를 쓰게 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요즘의 나와 남편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함께 흔들리는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갱년기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자주 무기력했고,
말은 줄었으며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주고받았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기고 싶었다.
이 관계를,
이 시간을,
도망치듯 지나치고 싶지 않았고
아무 일 없었던 척 끊어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영화 ‘접속‘을 떠올린 데에는 조금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그는 한때 그 영화가 만들어지던 영화사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오빤 여러 번 같이 보자고 말했지만,
나는 아직까지 그 영화를 끝내 보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 가까운 기억은
쉽게 재생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역시 나처럼 지나간 시간 앞에서
자기만의 속도로 머뭇거리고 있는지도…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처음 만났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때 우리가 서로에게 열어두었던 마음만큼은
다시 불러보고 싶었다.
이 에세이는 과거에 접속하려는 기록이 아니다.
지금의 우리에게 다시 연결을 시도해 보는 마음에 가깝다. 속도가 느려도, 중간에 끊길 것 같아도,
완전히 로그아웃하지는 않기로.
우리는 아직, 접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