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부터 챙긴다

몸이 먼저 기억하는 것

by 손샤인

나는 경기북부에 산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도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잔다.

유난히 추위를 타는 내가, 그것도 한겨울에 창문을 열고 잠든다는 건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웃할 일이다.


몇 년 전, 혼자 집에 돌아오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8층에 갇힌 적이 있다.

정확히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던 순간,

점점 줄어드는 공기처럼 느껴지던 답답함,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밀려오던 공포는 아직도 선명하다.


무사히 내려왔지만

그날 이후 내 몸은 달라졌다.

공기가 온전히 들어오지 않는 공간,

숨이 막힐지도 모른다는 예감 앞에서

마음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추위보다 더 무서운 건

공기가 막히는 순간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창문을 연다.

따뜻함보다, 안전보다

숨 쉴 수 있다는 확신을 먼저 챙긴다.

몸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한다.

설명하지 않아도, 다짐하지 않아도

위험을 겪은 자리는 그렇게 남는다.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그저 숨 쉴 수 있는 쪽을

본능적으로 선택해 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숨부터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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