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스&피치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사람에게서는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것들을 배웠다.
말을 하지 않아도 곁에 있어주는 법. 무언의 존재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는 감각.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그저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 충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아이들을 통해 처음 알았다.
공 하나에도 하루가 괜찮아지는 이유를 배웠다. 대단한 계획이나 성취가 없어도, 짧은 산책 한 번, 함께 앉아 있는 몇 분만으로 하루는 생각보다 쉽게 제자리를 찾는다는 걸. 행복은 늘 거창한 데 있지 않다는 걸 아이들은 매일같이 몸으로 보여줬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배운 건 사랑이었다. 잘 해낸 날의 나보다, 지치고 못난 날의 내가 오히려 더 깊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이유를 묻지 않고, 평가하지 않고, 그저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얼마나 강한지 처음 알았다.
아이들은 어제에 머물지 않았고, 내일을 미리 걱정하지도 않았다. 항상 오늘에만 충실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지금 느끼는 온기, 지금 함께하는 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태도. 그 단순한 자세가 삶을 얼마나 가볍게 만드는 지도 나는 그들을 통해 배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된, 가장 큰 깨우침 하나. 해결해주지 않아도,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아도, 떠나지 않고 곁에 남아 있는 존재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조언보다, 잔소리보다, 그냥 옆에 있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귀한 일인지 실감하게 된다.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말없이 함께 버텨주는 존재가 점점 더 그리워지는 나이가 되었다.
이 아이들이 내게 남긴 건 추억이 아니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였고,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들이 참 좋다. 나를 고치려 하지 않고,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재촉하지 않고, 그냥 오늘을 살아 있게 해 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용히 알려주니까.
그래서 요즘 나는 안다. 조언 잘하는 사람보다 말없이 같이 앉아줄 줄 아는 사람이 훨씬 귀하다는 걸. 해결은 못 해줘도, 떠나지 않는 존재. 그게 사람을 살게 한다.
이 나이 되니까 가끔은 누가 맞는 말 해주는 것보다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게 더 그립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이 아이들을 떠올리며 산다.
고치지 않아도, 그냥 살아도 된다고 몸으로 알려준 존재들이니까.
아마 이 글 읽는 당신도 그런 존재 하나쯤은 마음속에 안고 살고 있겠지.
- 있잖아요. 지금, 누가 떠오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