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내게 남긴 한 문장

아무리 춤을 춰도 나는 결국 간호사다

by 손샤인

어찌어찌하다 보니

요즘 나는 일주일 내내 셔플을 춘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였다.

몸을 조금 움직이고 싶어서,

나를 조금 덜 지치게 해보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내 하루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일주일 중 다섯 날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서고,

이틀은 다시 배움을 구하는 제자로 선다.


가르치고

배우고

다시 가르친다.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조금씩

몸을 낮추고

마음을 넓힌다.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춤을 추고

틈틈이 글을 쓴다.


살림은

자연스럽게

제일 뒤로 밀려났다.


한때는 그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은 안다.


이렇게라도

하루하루를

조금 더 살아 있는 사람처럼

살고 있다는 것을.


힘들다.

몸은 솔직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힘듦이 싫지 않다.


나는 요즘

즐겁게 힘들다.


가끔은 생각한다.

이렇게 많은 취미와 움직임 속에서

나는 점점 흐려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나라는 사람이

여러 가지 색에 섞여

결국 아무 색도 아닌 채로

남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런데

아무리 나를 녹여도

끝내 녹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내 정체성이다.


나는

간호사다.


수많은 밤과 낮을 지나

수많은 사람 곁을 지키며

몸으로 배운 이름이다.


그리고

그 이름에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오래전

아빠가 내게 하신 말.


“너는 세상에서 제일 친절하고

주사를 제일 잘 놓는 간호사다.”


그때는 몰랐다.

그 말이

이렇게 오래

내 안에 남을 줄은.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조금씩 변해도

그 문장 하나는

내 안에서

조용히 살아 있었다.


흔들릴 때마다

나는 그 말을 꺼내 본다.


그리고 다시

나를 붙잡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빠가 믿어준

그 간호사로 산다.


https://youtube.com/shorts/zbJutDQFBBY?si=HqehGKBOxkExHZb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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