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춤을 춰도 나는 결국 간호사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요즘 나는 일주일 내내 셔플을 춘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였다.
몸을 조금 움직이고 싶어서,
나를 조금 덜 지치게 해보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내 하루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일주일 중 다섯 날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서고,
이틀은 다시 배움을 구하는 제자로 선다.
가르치고
배우고
다시 가르친다.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조금씩
몸을 낮추고
마음을 넓힌다.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춤을 추고
틈틈이 글을 쓴다.
살림은
자연스럽게
제일 뒤로 밀려났다.
한때는 그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은 안다.
이렇게라도
하루하루를
조금 더 살아 있는 사람처럼
살고 있다는 것을.
힘들다.
몸은 솔직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힘듦이 싫지 않다.
나는 요즘
즐겁게 힘들다.
가끔은 생각한다.
이렇게 많은 취미와 움직임 속에서
나는 점점 흐려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나라는 사람이
여러 가지 색에 섞여
결국 아무 색도 아닌 채로
남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런데
아무리 나를 녹여도
끝내 녹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내 정체성이다.
나는
간호사다.
수많은 밤과 낮을 지나
수많은 사람 곁을 지키며
몸으로 배운 이름이다.
그리고
그 이름에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오래전
아빠가 내게 하신 말.
“너는 세상에서 제일 친절하고
주사를 제일 잘 놓는 간호사다.”
그때는 몰랐다.
그 말이
이렇게 오래
내 안에 남을 줄은.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조금씩 변해도
그 문장 하나는
내 안에서
조용히 살아 있었다.
흔들릴 때마다
나는 그 말을 꺼내 본다.
그리고 다시
나를 붙잡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빠가 믿어준
그 간호사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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