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소원

약했지만 버텼다

by 손샤인

내 나이 서른아홉 무렵,

나는 몸이 완전히 무너졌었다.


태어날 때부터 저체중이었고

잔병치레가 많았다.

밥 먹는 일은 늘 귀찮고 싫었다.

스무 살 이후 내 몸무게는

늘 40킬로 근처를 맴돌았다.


몸은 약했지만 , 일은 열심히 했다.

아파도 빠지지 않았고 , 힘들어도 버텼다.

간호사로서의 책임감이 있었고

솔직히 말하면

깡도 좀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까지 아빠에게 가버린 그날까지

늘 아팠다.

몸이 먼저 슬픔을 알아본 것처럼.


서른 대 후반 어느 날,

면역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모기 한 방에 발등을 물렸다.

별일 아니라고 넘겼는데

그게 순식간에 봉와직염으로 번졌다.


깁스를 하고

염증은 다리를 타고 올라왔고

결국 한 달을 병원에 입원했다.

매일 항생제를 맞다 보니 혈관은 다 망가졌고

중심정맥주사관을 꽂아야 할 정도였다.


아프니 밥을 먹어야 했지만 나는 더 먹지 못했다.

몸무게는 38킬로까지 빠졌다.


어느 날,

아빠와 엄마가 병실로 오셨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팥밥을

도시락에 싸 들고.


아빠는

밥상을 내 앞에 놓으며 아주 조용히 말했다.


“우리 딸,

이 밥 한 그릇만 다 먹으면

아빠는 소원이 없다.”


그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밥을 씹을 힘도 없었지만 나는 밥을 씹지 않고 넘겼다.

“맛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한 숟갈, 또 한 숟갈. 기어코 밥 한 공기를 다 비웠다.


그 순간 아빠는 두 팔을 번쩍 들고

아이처럼 외쳤다.


“우리 딸 만세다. 만세.”


곧 칠십을 바라보던 아빠가 서른아홉 딸이

밥 한 공기 다 먹었다고 만세를 부르던 그 장면 앞에서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어버리고 말았다.


부끄러워서가 아니었다.

그날 처음 알았다.


아,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소중한 사람이었구나.


지금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건강하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여전히 완벽하게 튼튼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제는 나를 혹사시키지 않고

일할 줄 아는 간호사가 되었다.


일을 계속할수록 오히려 더 건강해진다.

아픈 몸으로 버텨온 시간 덕분에

이제는 나를 돌보는 법을 조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의 내 모습을

아빠가 보신다면

뭐라고 하실까.


아마 길게 말하지는 않으셨을 거다.

운전대를 잡은 채

앞만 보며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그래.

그래도 일은 참 열심히 했다.”


그리고 속으로는

그날 병실에서처럼

또 한 번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밥 한 공기를 먹은 딸이 아니라,

아파도 책임을 놓지 않았고

이제는 자기 몸까지 돌보며

삶을 끝까지 살아내는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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