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나는 원래 여보랑 함께 운동하던 사람이었다.
등산도 같이, 테니스도 같이, 아침 걷기도 같이.
주말 아침에는 서로 말없이 신발끈을 묶으며 “오늘도 가볼까?” 하고 눈으로 신호를 주고받던 사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은영이가 셔플이라는 걸 시작했다. 처음엔 좋았다. “몸 쓰는 거면 뭐든 좋은 거지” 하고 응원도 했다. 그런데 은영이가 리듬을 타기 시작하더니 댄스화도 사고, 공연도 나가고, 주말이면 늘 셔플 셔플… 이렇게 빠질 줄은 몰랐다.
은영이가 셔플을 향해 깊어져 갈수록, 나의 운동 루틴은 반대로 점점 얕아지고 사라졌다. 그러다 결국 어느 날 체중계 앞에서 숫자 하나가 우리 둘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10kg.
나는 사실 혼자 운동을 잘 못한다. 늘 ‘당신이랑 같이’가 기본값인 사람인데, 정작 은영이는 공연 다니고 연습 다니느라 집에 없었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소파와 단단한 관계가 맺어졌다.
그런데 은영이가 가끔 내 배를 보며 한숨인지 웃음인지 모를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나는 괜히 배를 더 내밀며 말한다.
“네가 셔플만 안 했어도…”
물론 농담이다. 반은.
은영이가 나와 셔플을 같이 하고 싶어 한다는 것,
나는 안다.
하지만 나는 안 된다.
리듬은 내 인생의 주 종목이 아니었다. 나는 자연이 좋고, 산이 좋고, 테니스장 흙냄새가 좋다. 춤은…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은영이가 말했다.
“내년엔 셔플 좀 덜고, 오빠 운동 같이하자.”
그 말을 듣는데,
체중계보다 더 묵직하게 마음이 움직였다.
등산도 다시 가고, 테니스도 다시 치고, 부부 마라톤도 나가보자고 한다. 심지어 부부 테니스 대회까지 출전하자고 하는데, 이건 이미 그녀가 내 마음속 신청서를 내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목표.
내 뱃살을 운동으로 처단하겠다는 선언.
미워서가 아니라, 사랑해서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괜히 목이 뜨거워졌다.
생각해 보면 내가 찐 살은 단순한 체중이 아니라, 은영이가 없는 동안 쌓인 ‘시간의 무게’였는지도 모른다.
기다린 시간, 함께 걷지 못한 시간, 조용히 은영이를 떠올리던 저녁들.
결국 문제는 살이 아니라 우리가 잠시 잃었던 리듬이었다.
내년엔 그 리듬을 다시 찾아보자고 은영이가 말했다.
나는 그 말 하나면 충분했다.
뱃살은 줄이고, 마음은 더 키우는 것.
이게 우리가 함께 세운,
가장 사랑스러운 내년의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