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낡은 서랍 속에서 하나의 작은 책자가 나왔다.
엄마의 여권.
별것 아닐 수 있는 그 책자엔
엄마의 이름 석 자가,
엄마의 글씨로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그 글씨를 보고 멈춰 섰다.
묘하게 따뜻하고, 이상하리만치 선명했다.
그 순간 문득,
‘이 이름을 내 안에 새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권을 들고 곧장 타투숍으로 향했다.
그리고 내 오른팔 안쪽,
엄마가 살아생전 써준 그 글씨 그대로
엄마의 이름을 새겼다.
정확히, 엄마의 손글씨 모양대로.
그날 이후로 나는,
엄마가 내 곁에 다시 돌아왔다고 느낀다.
피부 속에 엄마가 살아 있다.
이제 더는 우울하지 않다.
엄마가 떠난 자리에,
엄마가 다시 왔다.
누군가는 말하겠지.
‘그저 글씨 하나 새긴 거잖아.’
하지만 나는 안다.
그 한 글자, 한 획, 한 점이
내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를.
이제 나는 늘 엄마와 함께 있다.
엄마는 내 팔에,
그리고 내 하루에 살아 있다.